어느 날 아침.. 내가 대학교 합격 통지를 막 받았을 즈음 시골의 조그마한 교회로 올라가는 조금은 가파른 길목에서 나눴던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대화의 주요한 내용 보다는 그녀와 얘기하며 느꼈던 깊은 감정이 왠일인지 되살아 났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꼬옥 안고 살짝 입맞춤을 해주고 싶었던, 이제 갓 성인의 길로 접어든 순진한 청년의 설레임이랄까? 나의 가슴의 쿵쾅거림이 여전히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그녀는 꽤나 사랑스러웠나 보다. 그때의 나의 삶이 워낙 가난했던 탓에, 어머니의 몇 마디 조언과 기대, 그리고 금새 시작된 서울 생활의 신기함과 당혹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이유일까? 아니, 아마도 그런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당시엔 몰랐다는 말이 더 적당한 표현일까? 그녀와는 결국 아무런 인연도 되지 않았다.
삶에서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가 그날의 무엇인가를 새롭게 고치고 싶다는 마음은 아마도 현재의 생이 조금은 후회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가끔씩은 누구나 그 때 그 시절의 그녀나 그와 사랑에 빠져 지금을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고,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대안에 대한 그리움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삶의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능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그 쿵쾅거림을 느꼈던 그날로 돌아가 그녀와 떨리는 마음으로 수줍게 입맞춤을 한다면, 사실은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노라고 속삭이며 고백이라도 한다면, 내 삶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 것일까? 현재의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와 나의 아이들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서 내 삶에 뒤바뀌어 존재하게 된다면, 나는 기쁘게 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될까?
그러므로 아마도 결국 나 역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멈추지 않을까 싶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삶의 다른 대안들을 뒤적거리며 돌아다니다 현재의 나의 삶의 모습에 안착하는 스토리로 이 영화가 다시 쓰여지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삶에는 운명도, 인연도 존재하는 것이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