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사가다 #4. 그려본다(내가 그린 그림) - BTOB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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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Wisecat입니다.

'나는 작사가다'에서 네 번째로 소개 드릴 곡은 BTOB가 부른 '그려본다(내가 그린 그림)'이라는 노래입니다. BTOB라는 그룹은 '괜찮아요', '집으로 가는 길'등의 곡을 통해서 힐링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됩니다. 주로 남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많이 듣는 청소년과 20대 30대에게 위로가 되고 같이 있어 주는 느낌을 주는 노래들을 부르면서 성장하게 되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이 노래가 수록된 'Remember that'이라는 앨범이 세 번째 앨범이었습니다.

제작사에서는 힐링돌의 이미지를 더욱더 부각할 수 있는 타이틀 곡을 원했고 빠른 노래들을 위주로 칼 군무를 선보이는 여타 다른 남자 아이돌과는 달리 발라드로 타이틀 곡을 하자는 파격(?)적인 기획을 시도하게 됩니다. (제가 느끼기엔 파격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발라드가 반응이 좋아다고는 하나 타이틀을 발라드로 하다니...)

이 노래는 그런 제작사의 기획 의도에 맞추어 작업을 한 곡인데요. 타이틀 선별과정에서 아깝게 떨어져서 타이틀 곡은 되지 못하고 수록곡으로 앨범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깝다고 하는 이유는 우선 타이틀 곡은 뮤비도 찍고 노출되는 정도가 수록곡들에 비해서 많은 홍보비용이 드는 관계로 타이틀이 되면 우선 곡이 묻힐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거든요. 뭐 들어 보고 별로라서 차트에서 없어지고 대중들의 사랑을 못 받는 것이야 어쩌겠습니까마는 앞서도 여러 번 말한 것처럼 나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면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가슴이 아프거든요. ^^

자 그럼 우선 노래를 들어 보겠습니다. 수록곡인 관계로 뮤비가 없어서 팬들이 만들어준 뮤비로 대신합니다. ^^ (나름 팬들에게는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




a) 
너무 하얀 그 벽에 뭔가 그리기 힘든가요
혹시 틀릴까 모두 망칠까 가만히 서 있나요

그대 하루를 걷는 오늘이 길이 아닐까 무섭나요
아니면 어때요 한발 나서는 게 그대는 잘하고 있단 거에요

b) 
고개를 들어요 기죽지 마요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넘어져도 괜찮아요 틀리면 좀 어때 그럴 때도 있는 거죠

c) 
그려봐 하루에 하루에 하루를 하나씩 담은 Memories
내가 좋아하는 그 다채로운 색깔로 하루하루를 그려봐요

들어봐 하루에 하루에 하루를 우리 잊지 못할 추억들을
너무 좋았던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행복하도록 
그려본다 My day is mine

rap)
난 듣지 않아 남의 말 That's the only way I know
넌 너의 그림을 더럽히려 하는 못된 세상과 매일 싸워
아직은 느림 하지만 선 하나만 그려주면 완성돼 네 Dream
오늘 네가 흘린 땀은 먼 훗날의 눈물이 나온 거야 미리

내가 걸어가는 길 난 그 길을 스스로 그려
남들의 손가락질 내 그림을 보며 비웃어
난 이윽고 금새 기죽어 잔뜩 찢겨진 미완의 작품만 늘어
내가 만든 세상에 난 내가 갈 길을 잃어

눈물은 벌써 말랐고 벅차지 숨을 쉬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벽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흐느껴
왜 세상은 내게만 혹독하냐며 갈수록 난 인상을 썼어
구겨진 내 얼굴 그게 내가 평생을 그린 그림이었어

c)
그려봐 하루에 하루에 하루를 하나씩 담은 Memories
내가 좋아하는 그 다채로운 색깔로 하루하루를 그려봐요

들어봐 하루에 하루에 하루를 우리 잊지 못할 추억들을
너무 좋았던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행복하도록 

bridge)
다섯 살 때 내가 그린 그림들 하나도 아름답지 않지만 기억해봐 

내일은 새로운 시작 어젠 이제 과거야 그냥 잊자 
완벽한 건 절대 없어 
Cuz if you win some then you lose some
넘어져도 결코 포기하지마 
네 안의 진짜 너를 깨워 봐
Cuz the harder you fall the higher 
you bounce so get up 
and start chasing your dreams now

repeat c)



우선 가이드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제 기준에선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이드라는 것은 노래가 완성되기 전에 노래와 멜로디가 완성돼있는 곡, 혹은 데모 상태의 곡, 가사가 붙지 않는 곡을 뜻하는데요. 작곡가의 성향에 따라서 외계어로 멜로디가 불러져있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되어있기도 하고 심지어 일본어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경우엔 영어로 되어있었는데 영어를 완전 잘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뜻이나 의미보다는 발음의 청각적인 좋고 나쁨을 어느 정도 그려놓기 위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불러두기도 합니다.)

제가 작업할 때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면 그만큼 가사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 정말 아무것도 못쓰고 작업시간만 무지하게 늘어날 때가 많습니다. 이 노래도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작업 의뢰를 받고 한 두 번 정도는 기간을 연장했던 것 같습니다.( 작곡가가 친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바로 아웃당할 뻔. ㅋㅋㅋ) 그러다가 또 열심히 머리를 쥐 뜯으면서 작업을 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안 나와서 뷰가 좋은 2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한대 딱 피우는데 올라가는 담배 연기를 보고 있던 어느 찰나에 갑자기 어떤 그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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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캔버스와 같은 벽 앞에 무언 가를 그리기 위해서 붓을 들고 있는 한 소년이 보이더군요.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 사는 것이고 인생이라고 한다면 무언갈 그려 나가는 것이 밑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한선 한선 그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까. 그렇게 무서워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면야 안 그렇겠습니다만. ^^) 틀릴까 봐 망칠까 봐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 소년이 뭔가를 시도할 때 매번 겁을 내는 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묘하게 내가 뭔가를 시작할때 무서워하는 잘해내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누군가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노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리는 것 자체가 좋아야 하는데 어릴 때처럼 실패나 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그리다 보면 잘 그려질 텐데. 괜찮다고 누가 옆에서 다독여 주면 조금은 힘을 내서 그림을 시작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없어질까 봐 미친 듯이 뭔가를 잔뜩 적었더랬습니다. 가끔 음악 만드는 사람들끼리 신령님이 오셨다거나 도사님이 다녀 가셨다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요.(굉장히 짧은 순간에 멜로디나 가사나 노래가 만들어지는 경우에) 일반적으론 영감이 떠올랐다 정도가 잘 맞는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가사를 완성하고 나서 작곡가들의 반응은 아주 만족스럽게도 좋았습니다. '다채로운'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는 친구도 있었고, '그려봐 하루에 하루에 하룰' 부분이 멜로디랑 너무 잘 맞는다는 친구, '다섯 살 때 내가 그린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는 친구. 간만에 칭찬 일색으로 곡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발표가 된 후에도 타이틀 곡은 아니었지만 정말 많은 청소년(특히 그림 그리는 친구들.. ㅋㅋㅋㅋ)들이 좋아해주고 불러주고(노래방에서 부르는 것들이 제가 한 달에 한번 찍히는 저작권에 보입니다. 서울지부 노래방에서 이 노래가 몇 번 불렸는지가. ㅋㅋㅋ) 가사 좋다고 좋은 가사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트윗이 오질 않나. 캘리 그라피를 해서 선물을 해주질 않나. 여하튼 처음으로 팬분들의 사랑을 받아본 저로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기서 팬은 제 팬은 절대 아닙니다. BTOB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너도 좋은 노래 만들어줘서 고맙다 정도인 것이죠. ㅋㅋ )

발표된 지 이삼 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캘리 소재로 쓰이는 것을 가끔 트위터로 보게 되면 이런 노래 많이 만들어서 듣는 사람들이 누가 되었든지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행복한 하루 속에는 뭐 이별의 추억이나 아픈 기억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 잠깐이라도 스쳐 지나간다면 제가 하는 작업들이 성곡적. 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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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윤하님과작업한번하시죠

예전에 윤하씨 곡들을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까여서 다른 작사가의 가사로 발표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ㅋㅋㅋㅋ 마이님이 윤하씨 팬이시군요. 윤하씨는 일본어를 잘하셔서 일본어로 가이드작업을 하시기도 합니다. ㅋㅋ

네 맞아요 윤하는 일본앨범도 엄청 좋습니다.

내일은 새로운 시작 어젠 이제 과거야 그냥 잊자
완벽한 건 절대 없어

저는 여기에 마음을 놓고 갑니다ㅎㅎ

잘 보관해 놓겠습니다. ^^

Wisecat님께서는 주로 어떤 장르의 곡들을 작곡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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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곡은 못합니다. 아직 ^^

작사의 경우라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로 가리지않고 작업을 다 합니다. ㅋㅋㅋ

유재하 선생님, 김광석 선생님이 부르신 곡과 비슷한 감성을 가진 곡들을 잘 작사하실거 같아요^^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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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좋아하는 작가들이라서 쫓아 가려고 노력중이긴 합니다만 그 결과는 알 수 없죠. ㅋㅋㅋㅋ 그냥 열심히 하는 수 밖에요.

맞다.. 작사가님이셨지...ㅋㅋ

아... 댓글 쓰면서 노래 듣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아이돌 노래 거의 안들어봤는데... 힐링돌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네요.
처음에 소개해주신 힐링돌이라 만들어준 노래 괜찮아요와 집으로 가는길은 와이즈캣(쉽게 부를만한 닉넴 뭐가 있을까요....ㅋ) 님께서 작사하신건 아닌가요?

그나저나 그림도 잘 그리시던데 진짜 금손 여기 있었네요....ㅋ

괜찮아요와 집으로 가는길은 제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도 작업하면서 기존에 나와있는 곡들을 들어보게 되는데 그때 듣고 참 좋았던 곡이지요. 그림은 ㅠㅠ 부끄럽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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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글이네요
비투비노래중에도 숨겨진명곡이 있었군용

정말 긴 글이네요

읽기 힘드셨군요. ㅜ.ㅜ 읽어주셔서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ㅋㅋㅋ

숨겨진 명곡

명곡으로 인정해 주시는 거군요. 이것 역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노래 너무 좋네요 완전 맘에 들어요
잔잔한 감동이 취향인데ㅠㅠ 취저입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들어주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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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아닙니다. 저만 한주에 한개씩이라 ..제가 귀찮게 한것 같아 미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