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그 이후에 등장한 코인들은 공통적으로 거래소에서 일정 가치를 갖고 거래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거래되는 실물 가치를 갖는다는 점으로 인해 일종의 통화로 여겨질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은 통화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타 토큰들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기 쉬운 지점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글의 목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ㄱ.토큰의 시가총액이라고 불리는 'Market Cap'은 네트워크의 가치나 회사의 시가총액이라는 개념과 다르다.
ㄴ.실물경제에서 더 많이 쓰인다는 것이 반드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최초의 근대 경제 이론으로 불리는 고전 경제학의 화폐수량설로 시작해 토큰 경제를 설명해 보려 합니다. 화폐수량설의 핵심은 수량방정식입니다.
1. 고전경제학이론 - 수량방정식
PQ = MV
M : 통화량 V : 화폐유통속도 P : 재화의 평균 가격 Q : 총생산량.
이때, P * Q 는 GDP를 의미 합니다.
전통적인 화폐수량설의 관점에서 각각을 정의하면, P는 물가 수준을 의미합니다. Q는 거래량을 의미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PQ는 GDP와 같아집니다. 곧 한 해에 생산되는 모든 재화의 가격 총합을 말합니다. M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량을 의미합니다. V는 화폐의 유통속도를 의미합니다.
이 정의를 좀 더 잘 이해해보기 위해 kblock이라는 사회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다른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사회를 갖고 있는 kblock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Block'' 이라는 한 가지 종류의 물건만 생산되고 거래됩니다. Block은 개당 만원입니다. 이 개당 만 원짜리 Block은 일 년에 천 개가 생산되고 팔립니다. 그런데 이 kblock이라는 사회에는 발행된 만원권이 100장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경우 P는 10000, Q는 1000, M은 100만이 됩니다. 이 숫자들을 대입해보면, V는 10이 됩니다.
V가 10이라는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kblock에 있는 만 원권 한 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만 원권 100장을 통해 한번에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의 가치는 100만 원입니다. 이 사회에서 한 해동안 거래된 물건의 가치는 총 1000만 원이므로 모든 화폐를 다 소모하는 거래가 총 10번 일어나야 1000만 원에 해당하는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곧 모든 만원권들은 평균적으로 10번씩 거래된 셈입니다.
2. 수량방정식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바라보기
화폐수량설을 통해 우리는 암호화폐 시장을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GDP에 해당하는 PQ는 일정 기간동안 거래된 토큰의 총거래액(법정화폐 단위 평균 거래액 - transaction volume) 이 될 것이고, M은 일정 기간의 토큰의 시가총액(법정화폐 단위 평균 시가총액 - market cap)이 될 것입니다.
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코인의 'Market Cap'은 네트워크의 가치나 회사의 시가총액이라는 개념과 다른 개념이라는 점 입니다. Market Cap은 통화량에 해당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어떤 암호화폐의 최대 규모, 혹은 시가 총액을 국가별 GDP라던가 해외송금 시장의 규모만으로 계산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다만 시가 총액이나 토큰 가격과 별개로 ''내재가치''를 예측할 방법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거래량 또한 직관적으로 이해되듯이 기업의 시가총액이나 네트워크 가치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토큰의 소유 이전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상황이 재화를 살때가 아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와닿는 설명을 위해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A라는 나라의 GDP가 2015년 한국 GDP에 해당하는 1500조 원이라고 해 봅시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라고 해 봅시다. A 국가의 모든 경제활동이 비트코인으로 이뤄진다고 할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얼마가 될까요? 잘못된 가치평가자들은 이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약 7142만 원(1500조/2100만)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당 활동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트코인 가격은 1500조/2100만/8760 = 8153원 입니다. 뒤의 8760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비트코인이 1년 동안 순환할 수 있는 횟수를 의미합니다. 거래가 확정되는데 필요한 시간을 1시간으로 생각하면, 1년에 비트코인의 소유 이전이 일어날 수 있는 횟수는 24*365 = 8760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거래가 된다고 가정할 때 8153원 만큼의 값어치만 갖고 있어도 모든 비트코인으로 1500조에 해당하는 GDP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비트코인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코인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을 생각해보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거래될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비트코인이 조 단위 이상의 경제규모에 쓰인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더 이상 떨어질 수가 완전히 없게되는 가격의 하한선은 몇 천원 수준입니다. 반대로 가격이 무한대로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유통속도에 해당하는 V값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더 높아질 수도,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실물경제에서 쓰이는 양이 늘어났다는 것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곧 반드시 오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통속도가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임을 알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유통속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사진 출처 Woobul.com
해당 사진은 90일 평균 유통속도입니다. 비트코인은 초기에 매우 큰 변화를 보이다가, 1~3 사이에서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USD의 유통속도가 매우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매우 큰 변동폭을 보입니다. 법정화폐가 일정한 유통속도를 가정할 수 있는 것에 비교해 비트코인은 일정한 유통속도를 가정하기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그렇다면 가격은 왜 오를까?
암호화폐와 화폐와 다른 점은 가격이 오늘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코인을 구매한 뒤 거래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다는 것 입니다. 코인이 생성되더라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거래될 수 있는 유통속도가(V) 줄어들어 같은 거래량일 때(PQ) 가격(M)이 올라가게 됩니다. 반대로 코인의 가격하락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아 시장에 나오는 비트코인 개수가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가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모두 보유만 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고 실물경제에서 사용되는 금액이 커진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무한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통화량이 정해져 있는 화폐이기 때문이죠.
또 다른 가격 상승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다른 암호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갖는 의미는 실물경제에서 찾으려 하면 안 되고 블록체인 혹은 암호화폐를 활용하는(혹은 그런 척하는) 모든 서비스, 기술들의 투자를 위한 통화로 쓰인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거래소를 통해 다른 암호화폐들을 거래하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면서 말 그대로 엄청난 규모의 거래량을 소화해야 하는 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7월 17일 15시 coinmarketcap 기준 24시간 거래량 약 16조 원 - 법정화폐를 통한 거래도 섞여 있는 수치) 이 말인즉슨,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암호화폐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들의 거래를 위해 필요한 화폐의 역할을 하고 또 블록체인 기술 전반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자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과 타 코인들의 가격변동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 상황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글에서 좀더 진전시켜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토큰거래를 위한 코인으로써 갖는 가치는 여타 코인들이 실물경제의 가치들을 암호화폐 생태계로 가져오지 않는 이상(혹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토큰의 가격은 언젠가는 하락하게 될 것 입니다.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투기를 목적으로 한 토큰이 유통되기 시작하고, 가격 하락이 가속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선물시장의 도입으로 비트코인은 더욱 강한 도전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용자들에게 어떤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 주는 토큰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많은 훌륭한 팀들이 토큰이 실물경제에 활용되는 use case를 만들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들이 멋진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ps. 인류사회는 과거 통화량이 정해져 있는 화폐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적이 있습니다. 바로 금본위제도 때 인데요, 금본위제도 때 발생한 문제점으로 인해 국가는 적절한 화폐발행이 필요함을 알게됩니다.
제 다음글은 금본위제도의 사례를 통해 비트코인이 전송속도가 빨라진다 해도 왜 모든 통화를 대체할 수는 없는지, 그리고 지금의 비트코인은 왜 금본위제도와 같은 deflation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참고.
https://www.ccn.com/bitcoin-quantity-theory-money-bitcoin-undervalued/
https://medium.com/@anshumanmehta/mv-p-que-love-and-circularity-in-the-time-of-crypto-db70c9d5c015
| 케블리 2기 김응진 |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암호화폐가 기지개를 켜고 부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