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만 여전히 답답함이 남는 레고(LEGO) 뉴스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10년차 레고인이자 초보 유튜버 브라이언입니다.

어제 뜬 뉴스인데 저는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에서야 확인을 했습니다. 며칠 전 레고코리아 직원의 SNS에서 무언가 예고가 되기는 했지만 기사를 읽고 나서야 아 그게 이거구나 하고 알아 챘네요.

국내서 레고 모조품 판매한 업자 집행유예

레고사 뿐 아니라 레고팬들한테도 중국산 모조품은 골치가 아픈 문제입니다. 특히나 저처럼 레고 순혈주의자(레고 외 브릭 제품은 쳐다도 보지 않는 외곬수)에게 중국산 모조품은 아주 끔찍한 물품으로 인식됩니다.

브릭을 만드는 특허권이 소멸돼서 누구나 레고사의 브릭을 따라 만드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모조품 제작업체들이 단순히 브릭만 베끼는 게 아니라 브릭을 활용한 레고사의 제품 디자인과 설명서, 박스까지 100% 복제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정식 출시가 되지 않고 개발 중인 단계의 레고 제품이 모조품 제조업체의 홈페이지에 떡하니 등록이 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마치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신제품 정보나 이미지가 앞다퉈 유출되는 것처럼 레고 세상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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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를 가장 잘 베끼는 중국 모조품 회사 레핀(LEPIN)의 홈페이지 화면. 메인 이미지는 레고사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인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UCS이다. 상단에 써있는 문구가 실소를 자아낸다. "우리는 레핀의 공식 숍이며 레고와 관련된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고 오직 레핀 제품만 판매한다"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다는 띵언을 떠오르게 하는 자유당스러운 문구가 아닐 수 없다]

레고사는 이런 문제 특히 제품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을 한다지만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레고사가 제품을 출시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모조품이 시장에 등장한다거나, 내부 유출자가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까지 취득해서 제품을 베껴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중국에 공장이 생기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도 합니다만 그렇게 단정할 수만은 없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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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살짝 흐리게 해서 보면 레고 공식몰을 보는 건지 짝퉁몰을 보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중국의 레고 모조품 제조회사는 레고사의 제품만 베끼는 게 아니라 개인 창작가의 창작품도 무단으로 가져다 상품화해서 판매할 정도로 악질적이고 근본이 없다. 위 이미지에 보이는 스타워즈 제품 중 왼쪽 맨 위 베나터(Republic Destroyer Cruiser : 이마저도 철자가 틀려 있음)는 창작가의 창작품의 상품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레고 모조품을 판매하던 업자가 실형을 받은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벌금형만 받았다면 짝퉁 레고 유통의 맥을 끊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벌금 내고도 넘칠 만큼 돈을 벌고 있는데 그깟 벌금이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판결에는 벌금과 더불어 실형이 선고 됐습니다. 비록 집행 유예지만 징역 10개월이라는 실형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업자들을 움찔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고작 짝퉁 장난감 팔다가 인생에 빨간 줄 가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어도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모조품을 드러내고 판매하는 업자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레고사는 본진은 가만히 두고(?) 멀티만 공격을 하고 있을까. 레고 모조품의 대표 브랜드(?)인 레핀이나 레레, SY는 전부 중국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업체입니다.

중국 업체가 있는 본진을 초토화시키면 간단한 문제일텐데 왜 그건 못하고 멀티 뛰고 있는 유통업자한테 맹공을 퍼붓는 걸까요.

아시다시피 중국은 좀 특수한 나라입니다. 외국인이나 외국기업과 마찰이 생겼을 때 대체로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법 해석을 합니다.

특히나 저작권이나 특허 관련해서는 상식 이하의 이해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레고사 역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섣불리 중국 법원의 판단에 맡겼다가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레고사는 중국 시장에서 자리잡기가 더 어려워질테죠. 평소 중국이 하는 행동을 보면 비상식적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판결이 나온다면 레고사는 중국 시장을 고스란히 짝퉁
업체들한테 내주고 구경만 하는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큽니다.

2017년 실적이 1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레고사에게 중국 시장은 아주 중요한 전장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서 레고의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품질 좋은 장난감으로 시장에 안착해야 하는데 승산이 없는 싸움부터 시작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굳이 승산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며 기싸움을 할 필요는 없겠죠.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서 레고사는 짝퉁 레고 제조사와의 불편한 동거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중국의 브릭 장난감 시장 규모부터 키우는 게 다 급한 일일 수도 있고요.

현재 레고사는 중국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공장을 세운 뒤에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레고 공식샵을 공격적으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 내 레고 커뮤니티와의 접촉과 지원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중국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빅픽쳐를 차근차근 그려 나가고 있는 것이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 와서 이렇게 레고 모조품 업자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면 레고하기 좋은 시절이 도래할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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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 차체가
짝퉁 만들어서 처벌이 안되는 나라지 않나 싶어요 ㅋㅋ

하다 못해 음식 브랜드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랜드 명을
중국에 상표 등록하면
정작 중국에선 같은 상표로 사업을 못하는 경우도 ㅋㅋㅋㅋㅋㅋ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자의적인 나라죠. 그렇지만 구글도 페이스북도 서비스하고 싶어 굽히고 숙이는 거대 시장이니까 그냥 눈 감아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레고사가 찾아낸 해법이 본진 포기, 멀티만 죽이기가 아닐까 싶고요.

중국은 일단 저작권 소송이 들어오면 기각때린다고 하더군요 ㅋ 저 레핀은 공장단위로 찍어내니 ㅎ 답이 없죠

중국이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ㅋㅋ

종이모형도 한국 디자이너들이 도면을 개발해 놓으면 중국사이트에서 도면 빼다가 온라인으로 팔더라구요.
막다가~ 막다가~ 한국인한테만 도면을 공개 했는데, 그마저도 유출되고.. 창작자나 개발사에는 엄청난 피해인 것 같아요. ㅠㅠ

날로 먹으려고 하는 사람은 막기 힘들죠. 돈 벌겠다고 작정한 사람은 더 막기 어렵고요.

그나마 레고는 국내만이라도 짝퉁은 좀 줄어들겠네요.
저렇게 날로 먹는 게 중국이라 가능한거죠. 말씀하신대로 중국에 공장이 없어도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다고 봅니다.
근데 브릭 자체 저작권은 소멸되었다는게 신기하네요.

특허가 보장되는 기간이 50년인가 되는데 그게 지나면서 자동 소멸된 거죠. 모든 브릭의 특허가 다 소멸된 건 또 아니라고 하네요

아 그게 브릭마다 특허권이 다 따로군요 ㅎㅎㅎ
신기하네요

리스팀된 글보고 우연히 들어왔는데 레고를 상당히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군요. 저도 레고 나름 좋아해서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같이 놀겸 사둔것들이 있었는데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예를 들어 기차레고 같은 경우 전기흘리는 트랙의 경우 조각당 가격이 몇년전 찾아봤을대 어마어마하던데ㅎㅎ 다시 찍어낸다던지 이제 찾는사람이 없다던지 내렸을지도 모르겠는데 정작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져온후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겠지만ㅎㅎ 본의아니게 레테크 존버중입니다ㅎㅎ city시리즈도 그렇고 이게 완전히 똑같은 건진 모르겠지만 결국 다시 만드는 경우가 있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론 모노레일시리즈가 가장 탐이 났어요ㅎㅎ 사실 레고를 마지막으로 가지고 놀아본게 정말 오래전인거 같긴 하지만 반가워서 댓글남기고 갑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얼마 전에 포스팅한 레테크 관련 글을 한 번 읽어 주세요. 몇 년 전이라면 레테크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였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거품이 다 빠지고 시장이 붕괴되는 느낌이 들 정도랍니다.

ㅎㅎ잘 찾아서 읽었습니다. 혹시나 전 레테크를 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정말 순수하게 제가 다음에 가족끼리 가지고 놀려고 조금 사놨는데 미국에서 이사짐 정리할때 은근 짐이라 팔까하고 찾아보니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그래서 레테크라는게 있다는 것도 사실 처음 알게되었죠^^ 나름 경제학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면 반드시 재생산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정교한 복제품이 나온다던지. 아마 대부분 레테크한다는 사람도 정말 그걸 업으로 하셨던 분들은 많지는 않았을듯^^ 기차는 남겨두더라도 트랙은 팔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하지만 그래봐야 얼마안되는 돈이라ㅎㅎ 사실 돈보단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을듯. 그런데 ebay에서 뭘 사더라더도 뭔가 복잡한 일이 생길까봐 팔고 싶지는 않았고 팔려면 진작부터 팔았어야했는데 이사임박해서 그냥 관뒀죠ㅎㅎ 그때 한번 이사할때 귀찮음을 겪고는 이제 아무것도 안삽니다^^

트랙은 기차 레일 말씀인가요. 만약 9V 레일(트랙 위에 금속이 덮여 있는 것)이라면 단종 후 재생산이 되지 않고 수요는 나름 여전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생각보다 레테크 부업 삼아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레테크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그 후유증 때문에 시장이 아작인 났는데 레고코리아는 계속 삽질 중이라 암흑기가 도래한 느낌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중국에서 사업하고 계신 분께 들은 말이 있습니다.
짝퉁이 짝퉁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마음만 먹으면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어떤 것도 다 만들 수 있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중국이란 나라가 자국민/자국회사 보호가 엄청나니까 중국회사를 건드려봤자 레고사가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것 아닐까요?
그냥 뭣도 모르고 댓글 남깁니다.
팔로우도 하고요. :)

예전 기사를 보면 법적 대응을 해서 성과를 본 사례도 있더라고요. 아주 작은 모조품 브랜드였는데 레핀처럼 규모가 큰 곳을 치기 위한 전초전인가 했는데 이후 중국에선 아무 소식이 안 들리네요....

창작가들한테 대놓고 반협박을 한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우리랑 계약 안 해도 좋다. 그래도 우리는 생산할 거다....

정말 레핀같은 회사는 다른면에서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레고출시와 동시에 100% 그대로 짝퉁을 만들어 찍어내는지...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깡패국가의 오명을 절대 벗어나지 못할겁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도 사업하고 싶어 덤벼드는 외국 회사들이 넘쳐나는 현실이 부럽기도 합니다. 내수시장이 크니까 독고다이 개썅마이웨이도 뚜벅뚜벅 ㅋㅋㅋ

ㅋㅋㅋㅋ 독고다이 개썅마이웨이 뚜벅뚜벅... 빵터졌습니다.
웃프네요. 인구가 깡패, 힘이 깡팹니다.

ㅎㅎㅎㅎㅎ 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맞는... 말이죠??

스팀시티 이벤트 보팅(20-3)입니다.

아이고.. 시원합니다!!

물론 잘한 건 없지만.. 만만한게 우리 나라군요~ 요즘 BMW 사건과 더불어 국제적인 호구 이미지로 전락하는가 봅니다 ㅜㅜ

문뜩... 궁금한게
해당 제품을 레고라고 판매를 했을까요....?
아니면 레핀이라고 판매를 했을까요?

만약 레핀이라고 판매를 했다면,,, 그래도 모조품으로 처벌 받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