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트레이더 비긴즈 (1) 마진 거래에 입문

in #kr7 years ago

대학생 때부터 용돈을 혼자 벌어 생활하면서 자연히 돈에 관심이 생겼다. 군대에 갔다와서는 과외 같은 걸 하기도 했지만 알바도 많이 했다. 평소에 씀씀이가 큰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돈이 모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주식 계좌를 트고 많이 샀다팔았다 해봤는데 수익은 보지 못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순손실 천 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뭐 남들 많이 해보는 상한가 따라잡기 같은 것도 해보고 급등주 포착도 시도해보고 별별 걸 해봤지만 현란한 호가창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그렇게 투자는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다가 2016년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OKcoin.cn에서 마진거래가 되는 걸 보고 그곳을 주로 이용했다. 내 자산의 최대 4배까지 레버리지를 쓸 수 있었고 위안화와 비트코인 둘 중 선택이 가능했다. 상승이 예상될 땐 위안화를 빌려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에 상승한 가격에 비트코인을 처분해서 위안화를 갚으면 되었고, 하락을 앞뒀을 땐 비트코인을 빌려서 미리 판 뒤에 싼 가격에 빌린 비트코인만큼 사서 그 수량만큼 갚으면 되었다. 선물에서는 각각 롱, 숏에 해당되는 이치다.

이때 자본금 3~4만위안(한화 600~700만원)으로 하루 500위안(한화 9만원), 많으면 2000위안(한화 36만원) 정도도 벌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땐 중국 거래소가 세계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할 때라 다른 차트나 자료는 거의 보지 않고 호가창 움직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매매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지는 않았지만 워낙 작은 수익도 신기하게 느껴진 까닭에 방망이를 짧게 잡았다. 그래서 횟수로 치면 손실 대비 수익 확률이 높았다. 지금은 어떤 원칙으로 했는지 많이 잊었지만 그때 나름대로는 어떤 패턴을 익혀서 매매를 했던 것 같다.

그런 특정 패턴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소소하게 모으고 모은 돈이 2016년 11월 당시엔 2000~3000만원이었는데 12월에 손실을 너무 많이 봐서 1000만원도 안 되었다. 2016년 12월 초순은 4500위안~5500위안 사이 역대급 전쟁이 벌어졌던 시기였다. 바닥을 뚫을 듯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다가 그것을 다 흡수하며 다시 반등하고는, 엄청난 힘으로 천장을 뚫었다가 더 많은 매도 물량이 쏟아지곤 했다. (혹자는 중국 거래소의 거래량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코인판에서의 하루는 주식에서의 1년과 같다는 격언(?)을 떠올리면 나에겐 2주 간의 전쟁이 백년전쟁 같았다. 그러면 그 박스권에서는 저점에서 롱, 고점에서 숏을 치면 되지 않았을까? 그땐 몰랐다. 여태껏 내가 하던대로 해서 잘 벌었는데 거기선 지독하게 통하지 않았다. 이번엔 맞을 거라며, 더 크게 들어갔다가 손실을 더 키우는 식으로 자산의 60~70%를 잃었다.
(원래 기록을 잘해두는 편인데 이런 수익/손실 관련된 건 일부러 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기록은 없고 기억에 의존한다.)

그러다 2017년 1월 중국 거래소의 마진 거래가 중단된다. 어떻게든 이것으로 승부를 보고 싶던 나는 마진 거래가 다른 거래소를 많이 알아봤었다. BitFlyer도 잠깐 써보았는데 도저히 맞지 않았다. 결국 OKcoin 내 선물 거래소를 찾게 되었다. 당시 OKcoin은 위안화(CNY) 거래가 됐던 OKcoin.cn과 USD 거래 및 선물 거래가 됐던 OKcoin.com로 양분되어 있었다. 어쨌든 그 옆집(?)으로 비트코인 3개를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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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다음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비트코인 3개라니 지금 가격으로 치면 그래도 6천만원정도로군요 +_+

네. '지금 가격으로 치면' 이 생각 참 하면 안되는데 가끔 심심할 때마다 해보게 됩니다ㅋㅋㅋ 당시 가격으로는 300~400만원 밖에 안 됐죠. 불과 1년 전입니다.

저는 마진거래를 비트맥스로 입문했었는데.. 그 끔찍한기억은 몇달이지났는데도 잊어지지않네요 ㅋㅋ 100퍼손실마진콜.. 키야

혹시 100배로 하셨나요 ㅋㅋㅋ거긴 수수료 문제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데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선뜻 쓰기가 어렵습니다. 빡쳐서 100배 누르고 풀매수 할까봐 겁나네요ㅋㅋ

5배부터 50배까지 다해봤지요 ㅋㅋ 그냥 놔두고만있었어도 수천은 됬을껀데 아우....ㅋㅋㅋ

장투만한 게 없었죠 여태...ㅜㅜ 가격이 너무 오르고 나니 아쉬운 장면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