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이 포스팅을 의역한 내용입니다.
스팀의 시가총액은 2016년 7월 20일에 3억 8600만 달러를 돌파했다가 몇주간에 걸쳐 1억 5000만 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다른 여러 암호자산들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불러오는 투기 열기의 사이클과 상관 없이, 이 글에서는 다음의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려고 합니다: 암호자산의 시가총액은 네트워크의 가치를 평가하는데에 적합한 지표인가?
시가총액이라는 단어는 주식 시장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은 그 회사의 소유권의 일부를 갖게 됩니다. 여기서 소유권이란, 회사의 미래 수입의 일부가 배당금의 형태로 분배되는 것을 받을 권리를 뜻합니다. 또, 만약 회사가 매각되는 경우 주식 보유자는 그 과정의 일부를 받게 됩니다.
회사의 미래 수입과 성장률 X의 가치는 현재 주가 Y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여러 리스크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들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볼수록 그런 부분들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게 됩니다. 시가 총액, 즉 회사의 발행 주식 전체의 가치는 그 회사가 앞으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과 성장률에 대한 지표인 셈입니다. 경제학 이론에서 말하는 효율적 시장이란 모든 사람들이 어떤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며, 이와 동시에 높은 유동성이 존재하여 시장에서의 실제 가치가 이 예측된 가치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암호화폐에서는 어떨까요? 우리가 총 발행량에 가격을 곱해서 시가총액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걸까요? 이 지표가 비트코인, 이더, 스팀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혼란은 시가총액이 암호화폐의 분산 네트워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우선, 비트코인도 이더도 스팀도 미래의 수동적 수입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 화폐들 중 어느것도 배당금을 주지 않죠 (스팀은 조금 복잡하지만, 스팀의 지불 시스템 역시 배당금과 같지는 않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그 네트워크의 미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2016년 7월 20일로 돌아가서 이 말이 사실인지 한 번 보죠.
그 당시의 스팀의 경제 시스템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지금도 복잡하긴 하지만, 몇번의 큰 수정을 통해 더 나은 파라미터를 갖게 되었습니다). 스팀에는 일정 기간동안 자산을 묶어두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묶어두는 기간은 2년이었고, 일주일 간격으로 묶어둔 자산이 풀렸지요. 따라서 이 기능을 사용한 사람들은 묶어둔 자산이 풀리기 전에는 팔 수가 없었습니다. 투자자들과 신규 사용자들이 스팀으로 몰려들면서 수요가 증가하였지만, 스팀의 공급은 매우 적은 상태에서 그마저도 개인의 계정에 묶여있게 되었습니다. 공급량이 적으면 투자자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가격이 바뀌게 되죠. 이 상황이 시장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 결과 실제 가치를 잘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역할과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암호화폐 공급량의 일부는 항상 개발진들과 크라우드세일 참가자들의 지갑에 잠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더의 경우에는 이더리움 재단이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고,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에 달하는 초창기에 채굴된 코인들이 익명의 지갑들에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의 창업자와 대주주들이 회사의 발행 주식 중 많은 양을 장기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은 배당금을 받으며 다른 주식 보유자들이 가져가는 수입의 비중을 줄이게 되지만, 누군가의 지갑에서 잠자고있는 암호화폐는 시장과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암호화폐의 유동 공급량(잠자고 있지 않은, 실제 거래되는 공급량)이 적다면, 그 코인은 더 자주 거래가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이 현상은 화폐의 유통속도라고 불리며, 주식과 화폐의 중요한 차이점을 나타냅니다. 화폐에서는 네트워크 가치의 일부를 그 화폐가 사용되는 횟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횟수에 의해 네트워크의 효용 가치의 일정 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유통속도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유통속도가 존재함으로써 시장이 넓은 범위의 유동 공급량 하에서 동작하게 됩니다. 또한 앞서 서술한 과정을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유동성을 줄이게 되면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스팀의 경우처럼).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주식과 암호화폐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주식의 경우, 총 공급량 또는 총 발행 주식량은 기업의 소유권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실재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경우, 가격 변동의 역학 구조, 유통속도, 그리고 유동성을 잃은 공급량들은 시장과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가총액은 가치의 좋은 지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다른 요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른 암호화폐의 시가총액과 비교하여 시가총액만으로 둘의 상대적인 가치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번역하다보니 이전에 올린 토큰의 유통속도 관련 글을 올리기 전에 이걸 먼저 올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막연히 시가총액이 암호화폐의 가치 순위라 생각했는게 한 번더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홍보해
사실 시가총액 말고는 별다른 지표가 없어서 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코인마다 생태계가 달라서 더 그런 것 같기두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관점은 다양할수록 좋죠. 하지만 암호화폐시장에서도 시총은 매우 의미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넵 사실 저도 많이 봅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식의 시총과는 다르다는 부분에대해 어떤점이 다른 지 잘 몰랐던부분에대해 생각할우있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의 시가총액과는 저런 차이점들이 있었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막연하게 시총이 큰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명확하게 정리해주셔서 속이 시원하네요 감사합니다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