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 아버지와 대화

in #kr7 years ago

어서오너라! 얘야! 근데, 가지고 왔지?”

“예!.......”

“자~ 그럼 시작하자!”

“아버지! 왜 그렇게 서두르세요? 숨 좀 돌리고 하셔도 되잖아요.......”

“....... 그래? 그럼 잠깐 이리 아랫목으로 내려와 앉아서 좀 쉬어라. 참! 시원한 음료수 주까?”

“됐어요. 그리고 겨울도 아닌데 왠 아랫목은요........”

“그럼 니가 마시고 싶을 때 냉장고에서 알아서 꺼내 먹어! 많이 있으니까.”

“알았어요.......”

“내가 아까 너 오기 전에 옷을 몇 벌 꺼내 놨는데, 너 숨 좀 돌리고 나서 나 옷 입는 거 좀 봐줘라. 알았지?”

“......... 아버지! 아니,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자꾸만 서두루세요? 천천히 하시자구요!”

“......... 근데, 너! 말하는 투가 좀 퉁명한 것 같다. 기분 나쁘냐?”

“아버지는 그럼 기분이 좋으세요?”

“안 좋을 것은 또 뭐있냐? 이왕 할 거면 후딱 하는 것도 괜찮을 듯도 싶다. 나는!”

“....... 그러세요. 그리고 어차피 할 건데요 뭐.......”

“아들! 저기 꺼내 논 옷 중에서 어떤 걸 입으면 좋겠냐?”

“제 생각 엔요. 아버지! 오른쪽 옷 하고 네 번째 있는 넥타이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래? 근데 너무 화려하지 않겠냐?”

“아니, 괜찮아요. 연세가 드실수록 오히려 밝고 화려한 것이 더 보기가 좋아요.”

“그래도 그건 좀 그렇다. 다른 집에 가서 보니까, 너무 밝고 화려하면 오히려 추 해 보이는 것이 안 좋아 보이더라. 나는........”

“그럼....... 아버지 좋으실 대로 입으세요. 저는 아버지가 옷 입으실 동안 준비하고 있을게요.”

“그래라.”

.

“다 입으신 거예요? 아버지?”

“그래.”

“좀 어둡지 않나요?”

“아니다! 좀 이래야 돼. 그리고 이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둬라.”

“알았어요....... ”

“자! 준비 됐으면 시작하자.”

“예! 그럼 아버지! 저기, 침대 위로 올라가셔서 책상다리로 벽에 바짝 기대서 앉아계세요.”

“이렇게?”

“예. 근데 허리를 조금만 더 펴 보세요. 아버지.”

“이게 다 편 거다. 이제는 옛날처럼 그렇게 허리가 쫙 펴지지가 않는단다.”

“......... 어휴! 아무리 잘 잡으려고 해도 잘 안 잡히네요. 아버지! 그러게 제가 사진관에 가서 찍자고 했잖아요!”

“야! 이놈아 나도 사진관에 가서 찍으면 잘 나오는 줄 안다. 근데 나는, 내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남들에게 보여 줄 내 모습을 내 아들에게 찍히고 싶은 거야 임마! 그러니까 잘 안 나와도 좋으니까, 아무 말 말고 그냥 찍기나 해라. 그래도 이 녀석아! 내가 이렇게 웃으면서 찍고 있잖니?”

“.......”

“너! 제대로 찍고는 있는 거냐? 짜식이, 아까 준비 할 때부터 승질만 부리더니 울기는 왜 울어 임마! 사내자식이 그렇게 약해서야 원! 너 같은 놈을 어디다 써먹겠냐? 그리고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두면 오래 산다는데, 너는 내가 오래 사는 게 달갑지 않은 게로구나? 이런 못 된 놈 같으니라구........”

“.......”

“어이! 아들! 그러지 말고 내가 웃을 때 얼른 찍어라. 빨리 찍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진짜로 너 맛있는 거 사 줄께.”

“....... 어떤 거요? 또 짜장면이요?”

“이 놈이 먹을 거라니까 얼굴색 달라지는 거 봐라. 짜장면이면 됐지 뭘 더 바라냐!”

“....... 예! 짜장면이면 충분해요. 아버지! 그 대신에 곱빼기로 사 주셔야되요?”

“곱빼기는 비싸서 안 된다. 그냥 보통으로 먹어라.”

“그까지꺼 얼마나 더 비싸다구 그러세요? 쓰는 김에 팍팍 쓰시지 그러세요?”

“니가 계산 하냐? 계산하는 사람 맘이다!”

“그럼 사진 엉망으로 찍어두 괜찮아요?”

“그건 안 되지. 그래도 곱빼기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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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맘이라도 짱짱하게 먹고있어야겠어요
너무 추워요

작가시군요 ^^
잘 읽었습니다.
모자가 고스톱이라도 치는줄 알았는데 감동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