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도 세계의 각 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이것저것 찾아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아랍쪽 특유의 그 멜로디, 각 나라의 지리적 특성에 의해 생긴 식문화, 러시아의 추운 날씨에 의해 생긴 언어적 특성 등 이런 걸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WagakkiBand 같은 그룹이 한국에선 나올 수 없을까?
그러던 어느 날, 나온 지는 좀 됐지만 제가 최근에 알게 된 일본 그룹이 하나 있습니다. 和楽器バンド라는 밴드인데 "와각키 밴드"라고 읽고(한국식으로 읽으면 화악기 밴드) 뜻은 대충 "일본 전통 악기 밴드" 쯤 됩니다. 와규, 와과자(화과자) 등 일본에서 전통적인 걸 말할 땐 단어 앞에 和를 붙이니까요. 아무튼 이 밴드는 다른 밴드와 차별점으로 서양의 악기에 일본 전통 악기를 사용합니다. 옷도 일본풍으로 입구요. 말로 아무리 설명하는 것보다는 보는 게 빠르겠죠. 이 화악기밴드의 곡을 하나 들어봅시다.
이 밴드는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서 출발해서 정식으로 데뷔까지 마치고 TV도쿄의 2016년 리우 올림픽 테마송을 부르기도 할 정도로[1] 빠르게 인기가 올라간 그룹입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궁금할 정도인데 대충 이런 이유들이 있습니다.
오타쿠 문화
이 밴드는 니코니코동화에서 보컬로이드 노래나 애니메이션 오프닝 노래 등을 부르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이 오타쿠 문화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많은데 이 오타쿠 문화로는 일본을 이길 나라가 사실상 없습니다.
비주얼적인 요소
일단 보컬도 굉장히 예쁘장하게 생긴 데다가 데뷔 이후로 모든 멤버들이 일본 전통복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어 뒀는데 꽤나 훌륭합니다. 공식 소속사가 생겼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운드적인 요소
화악기(일본 전통악기) 밴드라고 해서 일본 전통악기만 쓰는 게 아니라 서양 밴드의 악기를 섞어서 씁니다. 저는 평소에 밴드 음악을 안 듣고 일렉트로닉을 즐겨 듣는 편인데 이쪽 장르 중에도 J-core, J-trance라고 앞에 J가 붙은 장르들이 있습니다. 원래 장르에다가 일본적인 음색이 들어간 장르들인데 그 이국적인 특이한 음색이 느낌을 확 다르게 합니다.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아랍쪽의 멜로디가 들어갈 때도 있고 한국 전통악기가 쓰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평소에 들리던 밴드 음악이 아니라 거기에 일본 악기의 소리가 섞이니 굉장히 특이한 느낌을 주고 이게 인기의 원인이 되었겠지요.
왜 한국엔 이런 그룹이 없지?
근데 일본만 이런 좋은 게 있으면 좀 억울하잖아요? 이 밴드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저는 한국에선 이런 음악그룹이 왜 안 보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세계적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문화적으로는 더 널리 퍼진 느낌이 있긴 해도 그렇다고 한국이 아예 못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엔 오타쿠 문화 같은 건 없지만 한국의 전통 복장, 문화 등의 매력에 빠져서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도 분명히 많습니다. 한국 악기라고 해서 서양 악기와 어울리지 못 할 이유도 없구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에 떠오른 그룹이 두 개 있었습니다.
푸리
푸리는 21세기가 오기도 전에 서양 악기와 한국 전통의 소리를 섞은 그룹입니다. 주로 피아노 소리를 판소리와 섞는데 그 묘한 어울림이 정말 예술입니다. 하지만 2집까지 내고 사라진 걸 봐서는 힘들었나 봅니다.
판소리에 피아노 등의 서양 악기를 섞어서 신비한 느낌을 내는데는 성공 했지만 판소리의 특성상 막 신나다기보다는 좀 얌전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대중성을 얻기는 좀 모자랐던 것 같아요.
무키무키만만수
푸리가 너무 조용한 스타일이었다면 무키무키만만수는 전혀 조용하지 않습니다. 이 그룹은 장구를 서양의 드럼처럼 개조해서 만든 구장구장이라는 악기를 사용합니다. 비주얼적으로도 굉장히 즐겁고 음악도 매우 신나는데 개인적으로 이 무키무키만만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거라 봅니다. 왜 뜨지 않은 건지.. 아마 21세기엔 너무 이른 그런 거였을까요?
이렇게 찾아 보니 한국에도 일본에 전혀 꿀리지 않을 퓨전 음악 그룹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한국이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어쩌다가 뜨게 되니 그제서야 밀어주는 척 하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올림픽 선수들도 대우를 잘 안 해 줘서 심지어 나라를 떠나기도 하니까요.. 사실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나오든 말든 제 삶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적어도 해외에 나가서 "난 한국에서 왔다"라고 했을 때 "김정은 거기?"라고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없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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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의견이 좀 다른 부분이 있어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는 와가키밴드는 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팀이었고, 푸리와 무키무키만만수는 오늘 소개해주셔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와가키밴드는 제 생각에 정말 정교하게 짜여진 팀이에요.
맨 처음에 봤을 때 '와 이렇게 많고 복잡한 악기 구성으로 라이브가 가능한가?'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악기가 들어와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보컬라인이나, 샤쿠하치는 5음계 느낌에 소위 뽕삘이라고 하는 엔카 느낌이지만, 기타 배킹 리듬이나, 드럼 리듬은 완전 스피드 파워메탈이라서 별 위화감이 안들지요.
장르는 좀 다르지만, 스피드로 달리는 느낌이 왕년에 잘나가던 X-Japan 느낌도 나구요.
그에 반해, 푸리는 말할 것도 없고, 무키무키만만수는 개인적으로는 대중성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여성보컬의 발성... 굉장히 마이너합니다;; 거기다 악기는 기타 하나에 타악파트 하나... 압도적인 사운드로 달리는 와가키 밴드에 대중성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초반부의 성우톤으로 말하는 부분 역시 완전 컬트적이죠 ㅎㅎ
묘하게 중독성 있어서 저도 반복재생하고 있습니다만-ㅅ-;;
세계적인 밴드가 되려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도 좋지만 일단 대중성 확보가 먼저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네, 뜨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필수적 요소죠. 저는 한국적인 요소를 섞은 괜찮은 사운드 그룹이 있었다에 초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와가키밴드도 처음엔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이곳저곳 연주자들을 모아가며 성장한 그룹이기에 그 점에서 푸리가 굉장히 아쉽습니다. 다 좋은데 하필 판소리라서 대중성이 꽝이었거든요.. 스피드만 좀 살렸다면...ㅜㅜ
잘보고 갑니다 ^^팔로우하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