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좋은 책은, 그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피어나서 뭐라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책의 내용과 쓰고 싶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좋은 책은 진도도 잘 안 나간다. 쓰기 위해 책을 수시로 덮기 때문이다.
내용에 설득력이 없고, 별 감흥이 없는 책도 자주 덮는데 이런 경우, 다시 펴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난 썸만 타다가 본격적으로 사귀기 직전 단계에서 이리저리 피하는 사람처럼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 그 책을 대하게 된다. 그 책은 책상과 소파 한 곳에서 내 연락을 기다리며 쌓여 있다가 어느 날, "여기 좀 정리해야겠는 걸." 하는 무심한 손길에 의해 책장으로 옮겨진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 좋은 이를 만났을 때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면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좋은 책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준다. 멋진 일이다.
좋은 책이 주는 가장 멋진 일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 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따뜻한 느낌과 생경한 감정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이런 면에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면 독서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자체가 경이로워 그 속의 문구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콩나물시루의 물처럼 다 빠져나가서 특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내 성장의 자양분이 된 책들이 있다. 내 삶에서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또렷이 기억나는 사람,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희미한 사람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지금의 나를 조성해왔다. 누군가는 값없이 얻는 행운을 바라지 않겠다고 공언하지만, 난 좋은 사람과 좋은 책을 만나는 행운을 포기하지 않겠다. 뻔뻔하기 그지없어도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에 몸을 푹 담그겠다.
문학잡화점이 다시 문을 열었군요 ㅎㅎ 기다리던 독자에게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을 듯 합니다. 스팀잇이 아무리 흉흉해져도 결국 가치는 유저들, 즉 사람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기에 기다렸어요. (가족분들 건강은 회복되셨나요?)
책을 읽으면서 저도 솔메님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늘 밑줄도 쳤다가 메모도 했다가...내용을 그 자체로 수용하기보다는 제 조그만 의견들을 사이사이 비집고 끼워넣어 어떻게 또 참신한 글로 만들어낼까 연구하는 통에 마음을 비우고 독서하기 참 어렵네요(?) ㅋㅋ
좋은 사람과 좋은 글을 바라는 솔메님 마음에 공감을 얹고 또 얹습니다. 그 둘의 본질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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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잡화점은 쉬엄쉬엄 운영할 생각입니다.ㅋ 누군가의 '이야기' 중심이던 스팀잇이 이제는 '정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앞으로도 더 그렇게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이곳만큼 좋은 글동무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거 같아요. 아직도 여전히 정겨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글동무들 때문에라도 문학잡화점 문은 간간이 열려고 합니다.ㅎㅎ (아버지는 많이 회복하셔서 얼마 전에 퇴원하셨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일라님처럼 왕성하게 책을 읽고, 또 매일 글을 쓰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거 같아요. 레일라님의 글과 음악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어느 경지까지 도달할지 궁금합니다. 레일라님이 바라시는 경지에 올랐을 때, 저도 가까운 곳에서 박수를 크게 쳐드리고 싶어요.ㅎㅎ
좋은 책 많이 만나서 독서의 어려움을 많이 겪으시길 바랄게요. 아울러 좋은 사람들도요! ^^
오랫만에 글로 만나뵙게 되는군요 쏠메님^^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이야기를 간혹 풀어놓으신다니 반갑네요^^
호돌박님, 반가워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시군요! 여전히 보이는 이름들 때문에 가끔씩 들러도 낯설지 않습니다. 종종 뵈어요ㅎㅎ
읽을 좋은 책이 많아서 참 행복하답니다. 그런 글을 쓸 수 있으면 더 행복할 거 같아요. :)
브리님, 여전히 책과 동행하며 잘 지내시죠? 이미 그렇게 읽고 쓰고 계시니 행복하실 거 같아요^^
본래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면 정말로 말을 안 하지만, 반갑다는 인사는 드려야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기대를 하거나 작가란 타이틀을 부여하고 낸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책을 내면 숙명처럼 고민과 질문이 따라오더라고요. (알았으면 못 만들었을 것 같아요.ㅋ)
요새 고민 정말 많이 했거든요.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나..어떤 책이 읽히는 게 맞을까? 등등
복잡한 제 생각에 현답을 주는 글이네요 리스팀하고 가요 :D
고물님의 고민에 이 글이 살짝 팔을 뻗었다고 하니 뿌듯하네요.ㅎㅎ
출간 작가의 타이틀은 아무나 얻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목표를 향한 열망과 행동력이 필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고물님의 책엔 단지 책 속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고, 책이 되기까지의 고물님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지요. 고물님이 보여주신 그 과정, 그 이야기도 넘 좋습니다. 좋은 책이자, 좋은 사람인 고물님을 알게 된 건 큰 행운 중 하나^^
가끔 들어올 때 마다 안 계셔서 걱정했었습니다. 모든 일이 다 잘 되기를 늘 바라고 있어요.
두 번째 문단을 읽으며 제 눈이 두 배로 카졌다지요. ㅋㅋ 그 죄책감을 말 못 하고 구석에 밀어 넣고 있었는데 말이죠. 비유가 너무 딱!! 콕! 들어와서요.
이곳에서 솔메님의 글을 읽게 되어 정말 감사해요.
해피써클님! 몸은 어떠신가요? 지금쯤 많이 회복되셨겠지요? 아주 간간이 뵙지만, 글로 인사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이제 이곳에 글을 올릴 때 , 정겨운 이웃들의 따스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
해피써클님도, 다 잘 되시길 바랍니다. 글에 늘 격려해주셔서 감사해요. 또 뵈어요ㅎㅎ
네. 답장 고맙습니다. 이메일로 연락드릴게요.:)
제안 감사드립니다.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마음의 양식 이라는데 난 왜 책읽기가 잘안될까,
한 해 드실 단감 준비하는 정성 반만 있으시다면 엄청난 독서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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