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오컴의 면도날과 세월호 사건입니다.
14세기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은 어렵고 복잡한
신학 논쟁을 벌일 때 이렇게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첫째, 많은 것들을 필요 없이 가정하지 말라.
둘째 더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
즉 어떤 사안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선택하지 말고,
여러 가지의 설명이 있다면
가장 간단한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죠.
윌리엄의 제안은 토론의 불필요한 면을 잘라낸다는 점에서
비유적으로 ‘면도날’로 불렸는데요,
그가 오컴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예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고유 명사가 됐고,
근대 과학의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고의 원칙이 됐습니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그리고 국가는 왜 제대로 구하지 못했는가.
아직 우리가 답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질문들입니다.
그동안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불행히도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진실을 은폐하고 기만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오컴의 면도날’은 자칫 은폐하고
속이려는 의도에 그대로 넘어가고 마는,
그래서 진실을 한정지어 버리는
좋은 핑계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오컴의 면도날’보다는
더 많은 의심과 상상력이 필요했던 특수한 국면이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오컴의 면도날’을
떠올릴 때가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감히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기만하려는 힘보다 그것을 밝히고 드려내려는
사회적 힘이 더 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의심과 상상력보다 사실과 합리적 추론이
우리를 진실에 데려다 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심인보의 <오늘의 시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