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우월전략이라는 게 있을까?
규칙
A는 B에게 요구합니다. "네가 날 충분히 좋아한다면, 넌 나의 룰에 따라라" 그 룰이라는 게 꽤나 복잡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 룰을 다 지키면 A의 마음이 열리기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관계에 빠지게 된 죄로 B는 노력을 해 봅니다. 언제나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내 B는 어색한 모습으로 A 앞에서 행동하게 됩니다. 여유는 없어지고,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리게 되고, 조급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B는 A에게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상대가 세워놓은 룰에 위배됩니다. '난 편안하게, 천천히 알아가고 싶단 말이야' '넌 너무 부담스러워'라고 말하는 A는 다시 자신의 룰을 지켜줄 다른 사람을 찾으려 합니다.
A의 룰이 만들어진 이유는 과거의 경험 때문입니다. A는 실제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여는 속도가 좀 느린 편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방은 너무 빨리 마음이 커졌다가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몇 번 경험한 후에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쉽게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은 결국 빠르게 식을 거야' '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이제는 내가 세운 기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겠어'
B는 조금 다릅니다. B 역시 상처를 많이 받았고, 더 나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충분히 사랑받았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 B는 천천히 건 빠르게 건 많은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B는 A가 제시하는 그 길이 험난하고 힘들더라도 걸어가려는 용기를 한 번 내봅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불가능한 시도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B는 사랑을 받고 그 에너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 A가 충분히 주지 않는 사랑에 조금씩 지쳐 가고 B는 혼자만 만들어 짜낸 에너지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A는 천천히 마음을 열기도 하고, 그 룰을 어느 정도 지키고, 특정 기준을 충족한 후에라야 마음을 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둘 사이는 어그러집니다. 그러다 지치고 일정한 에너지를 내지 못하게 되면..
평가
A는 B는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니라 판단하고, B에게 '넌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립니다. A가 잠시 가졌던 기대는 아쉬움으로 변하지만, 크게 상처받지는 않습니다. A가 세운 방어기제는 성공한 셈이거든요. '그래 이렇게 빠르게 지치는 사람이라면, 결국 내가 전에 상처받았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마음을 크게 안 줘서 다행이야'
B는 이러한 평가와 결과가 본인 때문인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좀 더 노력해서, 좀 더 참아서, 그 룰을 지켰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에 빠집니다. 종국에는 그러한 능력(여유로움과 매력)을 갖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계속 들추는 등,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겠지요.
전략
A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전략을 쓴 것이고, B는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노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습니다. 그들에겐 어떤 전략이 정말 필요한 것일지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A는 그 룰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조금 더 파 들어가보면, A가 찾는 대상은 '나의 과거를 이해해주고, 나의 이 현재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은 이 룰을 지키면서, 지속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나의 마음을 열어줄 사람'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순이 되는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룰이라는 것은 주로 '나는 '평소의 나'를 유지하면서, 상대는 부담스럽지 않게 나에게 접근하는 해 마음을 여는 것'일 테고, 그러한 능력은 선천적으로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접근하는 사람이거나,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 능력은 가진 '여유로운 사람'이라면 제일 좋을 것이지만 이들이 A에게 여유를 갖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크게 애정이 없거나, 그와 같은 애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많거나.
당신에게 빠지면 일정 부분 부족해 보이는 모습을 노출할 것인데 이는 당신의 룰에 맞지 않고, 당신에게 빠지지 않으면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할 동력이 없습니다. (물론 자신의 룰을 완벽하게 지킬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면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결국 A를 사랑해줄 사람은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죠.
그러니 그 룰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A는 상처받지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보고, 다만 그러한 상처를 덜 주거나, 상처를 같이 회복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믿는 게 필요합니다. 행복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들 A의 전략을 써서 그 완벽한 대상을 찾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관계가 진전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만큼 성숙해지고, 속도를 맞춰가려 노력하고, 그러면서 애정이 깊어졌겠지요.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상대방을 믿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이전의 상처로부터 방어기제가 생겼겠지만, 성숙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B는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마음에 든다고 무턱대고 돌진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지요. 상대방이 제시하는 룰이 너무 자신과 동떨어져 있다면, 미래를 보건대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그 대상을 멀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가면을 쓰고 당분간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가면이 나의 모습과 너무 달라 숨구멍이, 눈구멍이 없는 것일 때 우리는 빛을 보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합니다. 점점 힘을 잃어가겠지요. 또한 상대방을 위한 그러한 노력이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애쓰는 것이 보이고, 힘들어 보이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결국 상대방이 원하는 여유로움을 잃고 거부당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관계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여유롭고 자신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과감히 포기하거나, 의심이 들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문제는 객관화를 못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사람들에게 이 관계와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한 후, '너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버거운 관계가 될 것이고, 그다지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반응이 오면 미련 없이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오랜 노력으로 마음을 연다 한들, 그 과정에서 너무 피폐해진다면 그것은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행위가 되며, 성공하면 해피 엔딩이 아니라, 상대가 제때 주지 못한 애정에 대한 아쉬움이 관계를 지속하는 내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못하는 성격이므로 최소한 그것을 서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면 만날 수 없을 것'임을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낼 이 관계를 시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많습니다.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한 시대라면 서로 덜 상처를 것이고, 이러한 자기 방어기제, 실패, 거부가 덜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힘들고, 어렵고,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유형의 사람,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향해 걸어가야 합니다. 두려움 앞에서 떨기보다는 좀 더 현명한 방향으로 마음을 변화해 갑시다. 당장의 걱정, 불안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릅니다.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것'으로요.
저의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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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참으로 어려운 문제중의 하나죠.. 잘 읽고 갑니다
허허 그렇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