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저씨의 한반도 정세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뭐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저씨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들의 일종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심 되겠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은 인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4월 정도로 잡혀 있었는데 올 하반기로 넘겨졌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들어서 주인도 한국 대사님 자리는 올 1월까지 공석이었습니다. 주 인도 대사자리가 상당기간 공석이었던 상황에 정상회담까지 연기되었으니 인도쪽에서 상당한 불만이 들리고 있었죠.

이 이야길 듣고 인도를 좀 안다는 정덕들은 하나 같이 “혹시 남북정상회담이 잡히려나?”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었습니다. 인도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기 시작한 비중을 놓고 봤을때 어떻게 보면 인도를 무시할 수도 있는 일정은 ‘남북정상회담’ 밖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개성공단이 미국 상하원의 재제대상 리스트에서 빠진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김여정이 평창에 온다고 하던 2월 초의 일입니다. 그래서 팟케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지요. http://www.podbbang.com/ch/7585

사실 북한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개발한 핵탄두와 미사일을 미국에게 넘겨줘도 됩니다. 왜냐구요? 핵무기를 만들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핵물질, 두 번째는 운반수단, 세 번째는 고폭기술이지요. 이 중에서 운반수단인 미사일은 북한의 주요 수출 상품이고, 고폭기술이야 뭐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지 꽤 됩니다.

핵물질은 미국의 카우보이들 주장처럼 우라늄을 무기급으로 농축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라늄을 90%까지 농축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쓸 수 있어야 하죠. 가난한 북한 입장에선 언감생심이구요, 가능한 것은 우라늄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돌려 핵반응 이후 나오는 플루토늄을 화학처리하는 겁니다. 북한에 현재 가동중인 핵발전소는 영변의 8MW 중수로 하나입니다. 한글 위키에선 3개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라고 합니다만, 존스홉킨스의 한미 공동연구소인 38 north에 따르면 30MW급 경수로는 2013년 완공예정이었는데 근간 가동 예정이라고 합니다. 즉 실제 가동 중인 것은 하나, 조만간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겁니다. https://www.38north.org/2018/02/yongbyon021918/ 여튼, 핵물질을 생산할 핵시설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영변의 중수로에서 얼마만큼의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얼마만큼을 썼는지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는 갯수는 기술력의 문제 때문에 상당한 오차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북한의 정확한 핵능력을 파악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는 이야기죠.

핵물질이 있고, 운반수단과 핵실험까지 끝냈다면... 핵 미사일은 조립만 하면 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뭔 이야기냐면 그동안 만든 핵미사일을 몽땅 미국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실제 전쟁 준비를 한다면 이걸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대의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란코프 (Андрей Николаевич Ланьков) 교수님은 북한이 핵개발을 완료한 이후에나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죠. 란코프 교수님은 북한에게 있어서 핵포기도 있을 수 없다고도 이야기 하셨구요.

실제로 한번 가진 핵능력은 제거하기 힘듭니다. 핵개발에 참여한 과학기술자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농축 플루토늄은 어떻게 찾아낸다고 해도. 그러니 협상에 나설 타이밍이긴 합니다.

자... 그런데 좀 이상한 지점들이 보입니다. 바로 어제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중국의 쌍중단 제의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8/2018030802141.html

근데 김정은은 ‘한미훈련을 이해한다’고 했단 말이지요?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 받았을때, 중국에서 일하던 분들이 들었던 이야기는 김정은이 바지 사장이고 군부가 실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바지사장설이었는데, 이거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밝혀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뭔 이야기냐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의외로 많이 알지 못한다는 거죠.

이 타이밍에서 이근 선생님의 이 칼럼을 좀 보시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www&artid=201803082053035&code=990308 북미군사동맹… 동맹이라는게 수위별 차이가 많이 있긴 합니다만…혹시 북한이 중국을 패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추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본의 아베는 일본을 보통국가, 그러니까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부풀려 왔었습니다. 김여정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했을때도 떫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죠. 그리고 오늘 백악관에서 우리 대표단이 발표문을 읽자마자 아베의 첫 반응은 이것이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09/0200000000AKR20180309056500073.HTML

바로 미국 달려가겠다는 이야기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돌면 아베의 보통국가론은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죠. 그리고 혹시라도 북미수교까지 가면 일본도 북한과 수교해야 합니다. 북일수교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게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이지요. 돈 많이 내놔야 합니다. 아베의 빅픽쳐가 모조리 깨지면서 돈만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거죠.

트럼프 입장에선 사실 한국은 은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단 철강 관세 물리겠다고 나선건 자기네 내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고육책이란 말이죠. 상당히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였는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면 11월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노벨 평화상까지 쓸어 담을 수 있는 판이 셈이죠.

이 판에 아베는 트럼프 찾아가서 "패왕이 되시라"라고 하려는거고, 우리는 "노벨 평화상 갖고 재선 가셔야죠?"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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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트럼프가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지는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만.

뭐 국제정치에 대한 사발을 푸는 동네 아저씨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단 인도가 살짝 화 나 있는 상태라는 걸 청와대에서 고려해주시면 될 것 같구요... 이왕 하시는 김에 퇴위하려는 텐노도 방한하게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 정치적 행위가 금지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위안부 할머니들과 손 잡고 우는 사진 한 장만 남기셔도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거든요.

사실 죽지도 않았는데 전대미문의 생전 퇴위를 하겠다고 하고 있는게 평화헌법 개정하려는 아베에 반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국군 의장대가 기미가요를 연주하는 것까지도 이해해줘야 할 일이 벌어지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보인다고 한다면... 일개 시민이 해야 하는건 당장 노르웨이 의회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청원을 조직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요즘 아웅산 수치처럼 평화상 받아놓고 사람 백정질 하는 사례들이 많아 안 주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 받고 재선 가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좀 더 공고해지지 않겠어요?

참 세상 다이나믹 하네요. 우리가 박근혜를 쫓아낸 것이 딱 1년 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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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받고 재선 가는게 한반도 입장서도 그렇고 코인판에서도 잠재적으로 땡큐를 외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만에 하나 덴노 방한이 성사된다면.. 아무리 덴노가 가진거 없는 껍데기라지만 정말 파격의 극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문재인 이 문명 고인물 조선잡고 과학승리가 아니라 외교승리 노리고 있다고(...)

@. kr-politics로 오세요. 해치지 않아요.

캬~ 역시 녹티 스님.... 문명 드립에 머리를 탁 치며~ 베스트 댓글이라 생각하며 갑니다.

태그 수정했습니다. 근데 이 외교의 신을 두고 '4강외교 경험이 없다'라고들 했었다죠... #먼산

이런 천하의 거짓말쟁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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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보고 갑니다. 미약하나마 보팅했어요

외교의 신이시기도 하시죠;;;; CNN서울 특파원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얼마나 뿌뜻하게 바라봤는지요. ㅋㅋ

CNN "문재인에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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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취사량의 국뽕에 취합니다 ㅎㅎ

사실 고인물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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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 어디갔어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대통령의 롤은 나이는 겁나 들었는데 철은 없고 헤어스타일 이상한 미국 불량학생과 나이만 어리고 철은 비슷하게 없으며 역시 헤어스타일 이상한 북한 불량학생을 둔 학교 학생주임이신건가요;;;

이글이 아저씨들의 술자리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하시면...
저 주도를 다시 배워야될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보팅 꾹~ ㅎ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뭐 제가 학위 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동네 사시나요?
우리 동네 아저씨면 좋겠습니다.

수원 사는 동네 아저씨입니다;;;

트럼프 노벨 평화상에 재선이라...
미국 거주민들은 아주 죽겠습니다...
(대한민국 통일을 위해서라면 참아보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코스프레까지 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땅꼬마가 우리 위에 있어서;;; 일단 걔를 좀 달래야;;;;

북한이 트럼프 연구를 잘 했다면, 친선이자 볼모의 의미로 평양에 트럼프 호텔 하나 짓자 할텐데, 어떻게 되나 한 번 보죠 ^^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뭐 평양보단 다른 곳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ㅎㅎ

술자리 이야기라니,,,,,,밤샐듯 합니다^^;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음;; 이 포맷으로 계속 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ㅎㅎ

글 하나에 요즘 정세가 다 나타나네요.
트럼프 ,아베,북 정도는 당연히 대충 들어도 아는정도 인데 인도 정보는 들어보지도 못했네요. ㅎㅎ
좋은 정보 보고 갑니다. ^^

인도 대륙에서 한 10년간 삽질하고 지진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자님 같은 동네 아저씨가 있으면 술자리 안주가 필요없을것 같음 ㅎㅎ 스팀잇에 계신 분들의 높은 식견에 감탄하며 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

재미없다고 맨날 욕먹는 동네 아저씨인데요;;;;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뜨악~ 했습니다.
제가 투표했다는 것이 참 참 참 자랑스럽네요.

굳이 전화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두고 사람을 보내는 것으로 봐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 이상이었죠...

부디 좋은결과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좋은 결과가 있어야지요.

아무튼 평화가 얼른 왓으면 하네요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건지.ㅠ
싸우면 안된다는건 어린 아이들도 아는 내용인데.ㅠ

뭐 각자가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사는게 인간 사회잖습니까. ㅎㅎ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암흑속에 가려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것은 국제정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요소가 뒤범벅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국제정세의 세부적인 실타래를 차곡차곡 풀여주시니 잘 이해할 수 있겠네요.
대체적으로 외교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북한문제를 제대로 풀어내기만 하더라도 경제도 매우 밝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원이 좀 모자라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괜히 비서실장에게 시비걸던 분이 뉴스 화면에 잡혀 자세히 봤는데... 거의 잠 못잔 얼굴이더라구요;;; 거기다 4월 남북정상회담이 있고, 5월의 북미정상회담도 사실 우리가 준비해줘야 하고... 그리고 지방선거와 개헌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보면 청와대 비서들 과로사가 걱정될 정도죠...

지금 이 외교가 현 정부 반대세력들이 유지하던 스탠스인 북한 적대와 미국 우호 중에서 '미국 우호'를 제대로 관통한 것 같네요.

그 와중에 일본은 후쿠시마를 비밀로 하면서까지 아베노믹스 선전 중에 미국이 북한에 살짝 관심을 보이니까 후덜덜하는 건 덤이고...

딱 한가지의 우려가 있다면 북측에서 자주 쓰는 도발 전술이 이번에도 쓰인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 우호를 제대로 관통했다는 것이 핵심이죠. 안보와 반공 이야기하시는 분들의 문제는 주장하는 것의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실행능력이 없다는 것이었구요... 그리고 뭐 사실 이 판에서 우리가 믿을거라곤 우리 정부 밖에 없죠.

타임지의 이 표지를 봤을때는
<외교를 잘 해야지 니네나라 살아난다>일줄 알았지 <외교 쩌는분임 ㅇㅇ;;>일줄이야..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깨끗한 선비같은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이런 외교승리??!!는 생각도 못했습니다..세상에 조선으로 외교승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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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챙기는 것들만 승진하는 구조가 문제였던거죠. 일 잘 하는 곳은 일 원래 잘 했습니다. ㅎㅎ

Very Good...

정말 대단한 식견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은 많은데,
정작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선생님 술술 써내려가시는 글을 보니 정말 이해가 잘 되네요.
말씀하신 전략(?) 이 문대통령 정부의 큰그림이라면,
정말 엄청난 외교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하는 아저씨가 뭔 식견이 있겠습니까. ^___^;;;

키야...복잡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에 탄복하고 갑니다. 부디 한반도에 평화가 내리길 기원해봅니다.

술 안주라고 만든 상을 이렇게 칭찬하시면 안되지 말입니다;;; 여튼 이게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결과는 아주 안 좋기 때문에;;;

너무 쉽게 에피소드 섞어서 얘기해주셔서 더 이해가 잘되네요. 이런 술자리투(?)를 계속 유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ㅋ 감사합니다. :)

뭐 그것 밖엔 할 줄 모릅니다;;; 한국에 잘 안 알려지거나 기사화되지 않는 이야기들 정리만 주로 하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