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SKT, KT, LG U+의 AI 스피커를 직접 써봤습니다.

in #kr7 years ago

최근 국산 AI 스피커 5종(네이버, 카카오, SKT, KT, LG U+)에 대한 기사를 두 번 썼습니다.

국산 AI 스피커를 한 자리에 놓고 써 보니(동아사이언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1284

음악 틀고 검색은 기본… 캠핑 가서도 유용(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80218/88723861/1

이 기사들을 시작하게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지인에게 브라운 스피커를 선물 받았고, 경품으로 누구 미니를 받게됐습니다. 당시는 LG의 스피커가 나오기 전이라(그래봤자 LG는 네이버 클로바 AI를 공유 중이지만) 두 개만 더 구해보면 재밌는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어지간하면 제가 쓴 기사 전문도 가져오는 편인데, 두 개는 너무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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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시행해 봤습니다.
(왼쪽부터 라인 프렌즈 스피커, 카카오미니, NUGU mini, 기가지니 LTE)

카카오미니와 기가지니 LTE를 빌리는데 성공했거든요.
기사에는 꽤나 괜찮은 이야기를 썼으니 이 자리는 실험하다가 집어 던질뻔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는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 내 돈주고 산다면 라인 프렌즈 or 카카오 미니

기사 말미에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수준에서 AI 스피커는 음악 트는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노래를 켜면 알림음에 노래가 방해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아주 유용하게 쓸 겁니다(노래 도중에 사람의 말소리나 제3의 소리로 스피커가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노래를 켜는 기계 정도를 기대한다면 현재 AI 스피커는 꽤나 쓸만합니다. 집의 CD 장에서 무슨 노래를 켤지 고민하지 않고 말로만 명령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가 앞다투어 우리는 뭘 적용했네, 뭐가 좋네 이야기하지만 사실 음질은 거기서 그겁니다. 단독 스피커에서 음질을 기대하면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희 집은 음원 이용권을 쓰지 않아 정작 노래 듣는 스피커로는 못 씀….)

그런 의미에서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를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뻐요. 가전 제품 디자인은 사람마다 모두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네이버와 카카오는 캐릭터를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요새 잘나가는 브라운/샐리와 라이언/어피치를 밀고 있습니다.

디자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라인 프렌즈는 스피커 겉에 덮는 덮개-옷-을 판매합니다. 근데 좀 의문이긴 해요. 스피커에 천를 감싸면 소리가 먹혀서 들리지 않나요? 굳이 스피커에... 왜?

  • 하등 쓸모 없는 쇼핑 기능

요즘 굉장히 광고를 많이 하는 부분이 쇼핑 기능입니다. 광고에서는 아주 멋지게 나오죠. 근데 막상 해보려고 뚜껑을 열어보면 제 머리의 뚜껑이 열립니다. 일단 음식 배달 기능. 라인 프렌즈는 배달의 민족을, 누구는 도미노 피자를 지원하는데 이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이전에 주문 기록이 있거나 선호하는 메뉴를 지정해놔야 합니다. 항상 똑같은 메뉴'만' 드시는 분들은 유용하겠습니다만, 저처럼 매번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에겐 아무 쓸모 없는 기능입니다. 선호 메뉴 지정하는 시간에 그냥 어플에서 주문하는게 빠르죠. 결제도 편하고.

최근 누구는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를 스피커를 통해 주문하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사이렌 오더, 좋은 기능입니다. 저도 종종 애용하고요. 근데 해보신 분들은 알지만 사이렌 오더가 시간 맞추는 게 참 애매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바로 픽업해서 가져가는 건 좋은데 주문이 밀리면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너무 빨리 주문한 덕에 음료가 픽업대에 한참 놓여있곤 합니다. 스벅 파트너들이 끊임없이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신 모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외쳐야 하는 건 덤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기능은 1층에 스타벅스가 위치한, 주상복합에 사는 분들 정도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인겁니다.

쇼핑 문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뭘 살 때 특정 쇼핑몰로 가시는분들 있으세요? 쿠팡 정기결제같은게 아니면 대부분 네이버에서 검색한 뒤 최저가 찾아가는 게 기본 아닌가…? 지정된 쇼핑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건 둘째치고 미리 즐겨찾기를 지정한 물건 정도나 구입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사용자 UX라곤 일도 고려하지 않고 기능 자랑만 하고 있어요.

  • 귀신들린 집 문제

AI 스피커는 일단 호출명으로 기능하는데, 이 호출명이 좀 문제입니다. 어느 포인트에서 반응하는지 감이 안올 때가 있어요. 제가 고정으로 (지금도) 쓰는 스피커는 라인 프렌즈인데, 호출명은 클로바입니다. 무슨 문제인지 호출명 변경이 안되더라고요. 그렇다고 브라운 스피커를 샐리라고 부르긴 싫어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말투는 지인이 ‘국수가락이 똑똑 부러지는 소리’라고 칭할 정도로 분명한 경향이 있습니다만 클로바는 그렇게 인식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대부분은 한 번에 반응하는데 꽤나 종종 바로 옆에서 부르는데도 반응을 안할 때가 있어요. 이거야 뭐 AI니까 차차 나아진다고 칩시다.

문제는 엉뚱한 타이밍에 반응합니다. 주로 ‘으으바’와 비슷한 발음에 잘 반응합니다.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반응할 때도 있고, 먼 곳에서 대화를 하는 중에 반응할 때도 있습니다. 멋모르면 귀신이 지나가면서 스피커를 실행시켰다고 할 판입니다. 저희 부부는 이제는 스피커가 갑자기 반응하면 직전 대화를 되짚으며 무슨 단어에 반응했나를 확인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셋톱박스 겸용은 좀 쓸만할…지도?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미니가 끼는 바람에 각 통신사에서 야심차게 자랑하는 셋톱박스 기능은 비교를 안해봤는데, 체험관에서 써보니까 전 좀 좋아보이더라고요. 다시보기나 프로그램 찾을 때는 좀 괜찮은 거 같고. 전 NC 팬이라 야구 시즌에 중계를 챙겨보는데 사실 어디서 무슨 중계하는지 아직 채널 번호를 못 외웠어요. 대충 50번대를 찍은 다음에 위 아래로 오르내리면서 찾거든요. 그런 불편함 정도는 좀 없앨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셋톱을 10~20만 원에 가까운 스피커로 바꾸기엔 좀 돈이 좀 아깝네여.


결론: 저희 집 ‘클로바’는 하루 두 번(아침/저녁) 일기 예보 머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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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데..ㅎ
음성 인식 확실하게 잘 되나요?ㅎ

제 체감상 카카오미니>클로바AI>누구=기가지니 같은 느낌이었어요. 음성 인식은 잘 되는데 인식은 정확해도 원하는 답을 준다는 보장은 또 없습니다 ㅋㅋㅋ

기자님이신가요 ^^?

아직 AI 스피커 써보지 못했는데, 잘 참고하고 갑니다~!

주로 과학 약간의 IT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AI 스피커는 자체적으로 크게 의미 부여보다는 새로운 재미난 장난감 정도로 보는 게 여러가지 정신 건강에 좋을 거 같아요.

반갑네요 ㅎㅎ..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자주 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