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나는 2할 2푼 2리의 타자였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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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이어져 오던 경헙 테마주도 기스가 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비중 있는 IT 대형주가 오르면서 다른 중소형주들이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뭔가 더 알파를 만들어내고 싶은데, 매매를 반복하는 것은 (요즘 많이들 하시는 3~5% 띄기) 성격상 잘 안 맞아서 못했다. 물론 매매를 빈번히 해도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내가 해왔던 방식을 유지한 측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최근 시장에 조금씩 동떨어진 내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내 투자 방식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주식시장 탓만 하게 되는 스스로가 싫었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더더욱 포트폴리오를 내버려 두었고, 더더욱 안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

오늘 결단을 냈다.
사실 예전에 글로 쓰기도 했지만, 조금 더 꼼꼼하게 내가 지금까지 두어온 한 수 한 수를 복기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최근 몇 달 동안 내가 매매한 내역들을 전부 뽑았다. 그리고 종목별로 내가 왜 매수를 했는지 원인을 분류했다. A그룹은 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에 대한 모델링을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린 기업들로 분류를 했고, B그룹에는 뉴스를 보고 나름의 ‘감’에 의지했거나, 희망 사항이 반영됐거나, 누구의 얘기를 들어서 (사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기는 하다) 매수를 한 종목을 분류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굉장히 번거로웠다. 1년에도 수십 종목을 매매하기 때문에 종목별로 a와 b로 분류하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조금은 구분이 모호한 기업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내 리서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종목들을 A그룹으로 넣었다. 또한, 내가 자신을 속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종목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내게 가져다줬는지는 철저히 배제했다.

약간의 고민스러운 작업 끝에 A와 B그룹의 종목들을 분류했고, 매수 이후 해당 종목이 내게 가져다준 수익률을 옆에 써놓고 Hit ratio를 구했다. 매수한 시점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종목 수를 구해서 전체 거래한 종목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구했다.

결과를 보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우선 궁금하실 것 같아 결과치를 말해보자면, A그룹의 종목 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전체 종목 중 60%였고, B그룹은 22.2%였다. 이는 즉 내가 열심히 리서치 했던 종목 10종목 중 6종목은 +였고, 감에 의지해 리서치 없이 매매했던 종목 10종목 중 2종목만이 내게 +수익을 안겨줬다는 뜻이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필자는 15년 이상 주식투자를 해온 사람으로써 내 경험과 직관을 믿었다. 그리고 펀더멘털을 지향하는 투자자이지만 차트도 매매 타이밍을 잡기위해 많이 봐왔다. 이런데도, 리서치가 없이 투자했던 종목 중에서 단 22%의 종목들만 수익을 내고 나머지 78%는 모두 마이너스란 결과가 나왔다. 즉, 내가 B그룹 방식으로 앞으로 투자를 해나간다면 2할 2푼 2리의 타율 이상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다.

무엇이 잘못된 건가?
이 결과를 구해놓고 스스로 혼란에 빠졌다. 최근에 메너리즘에 빠졌었다. 스스로 400~500개 기업 이상을 분석해왔고, 비교적 넓은 기업 커버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감과 직관, 뉴스에만 의존한, 그리고 펀더멘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결여된 투자는 내 포트폴리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야 말았다.

반대로 희망적인 부분은 나름대로 분석하고 투자했던 종목중 60%는 플러스 수익을 냈다는 점이다. 올해 주식시장이 코스피 기준 보합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매우 고무적인 숫자다. 또한, 개인적으로 50% 이상 hit ratio를 보유하고 있다면 대단한 투자자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자축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최근에 메너리즘에 빠졌기 때문에 그 종목이 그 종목처럼 보이는 상황이라, 이런 기쁜 일을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연결하는 것은 내 노력 여부에 달렸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또한, 쉬운 투자도 없다. 모든 투자는 어렵고 까다롭고 다양한 요소고 고려되어야 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감에 의한 투자는 귀차니즘과 메너리즘의 혼합물일지도 모른다.

노력과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 종목을 사더라도, 그리고 종목 수를 지금보다 많이 줄이더라도 한땀 한땀 명작을 만들어가는 장인과 같은 마음으로 종목을 추릴 것이다.

그리고 위의 얘기들은 아마도 필자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주식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말 본인이 현재 하려는 투자나 가지고 있는 투자 포지션이 ‘감’에 의한 투자인지, 아니면 피나는 리서치의 결과인지 꼭 살펴보시기 바라며, 시간이 되시면 필자와 같은 방법으로 그룹을 나눠 타율을 구해보시기를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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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입니다. 지금 안사도 생각보다 빨리 안 날아가고, 지금 안 팔아도 생각보다 빨리 안 떨어지는게 대부분입니다. 의사 결정을 하기전에 조급해 하지말고 최선을 다해서 하는게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경험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투자에 대한 재밌는 글이네요.만족스러운 포스팅입니다.

보여지는 결과에 좌절하고 실망스러움도 있지만
그만큼 바꿔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지 좋네요..

완성도 높은 접근방법을 통해서
성투하시기를...

a 그룹 수익률이 대단하십니다!!!!

모든 투자에 있어 복기가 중요함을 느끼네요!
잘못된 점을 알았다면 고쳐나가면 되겠죠! 저도 감을 많이 타지는 편인데... 조금 더 신중해야겠군요! ㅎㅎ
성투하시길 기원합니다^^

요즘 알뜰살뜰이 열심히 투자공부하고 있어요~~
아직 알듯말듯하지만~ 알아먹으려고 노력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