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 일기 238
이렇게 찡여사네 가정은 유지되고 있다.
몇 번의 글을 지웠다가 썼다. 어떤 글은 너무 잔인해서 지웠고, 어떤 글은 너무 무성의한 것 같아서 지웠다. 언제부터 아몰랑 일기에 의식 따위를 부여해서 눈치 보며 글을 쓰게 된 거지? 방귀 뀌는 헛소리 글이라도 적자고 시작한 일기 쓰기인데 앞전에 쓴 이상한 진지 글이 콘셉트를 풍비박살 낸 거 같다. 당분간 저런 글은 혼자 속으로 담아두기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지금 삼성 페이에서 룰렛 이벤트로 스타벅스 음료 쿠폰을 뿌린다는 게시글을 보고 당장 앱을 켰다. 그런데 보이라는 룰렛은 안 보이고 이 달의 지출액만 보인다. 나름대로 아낀다고 생각했는데 지출 그래프의 산이 꽤나 높다.
쓰지도 않는 카카오페이 체크카드에서 꼬박꼬박 50만 원이 인출되고 있었다. 내역을 보려고 카드를 눌러보니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이상해서 잠깐 피싱 같은걸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
보험료랑 자주 쓰는 쇼핑앱 카드 계좌를 이쪽으로 연결했나 잠시 생각했지만 아니다. 얼마 전 새로 갱신한 카드번호를 직접 쿠팡이랑 지마켓에 정성스럽게 회사에서 입력한 게 생각난다. 그럼 뭐지.
혼자 계속 뒤져봤다면 알았을 텐데 무심하게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돈과 관련된 것이라 서로 날이 선 대화를 주고받아버렸다. 나 자신도 경위를 몰라서 어리둥절한 가운데 남편은 50만 원이 작은 돈이냐며 돈의 행방을 모르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나도 놀랍다. 어디서 저렇게 돈이 빠져나가는 건지. 꽤나 서로 언성을 높인 모양이다.
찡이 옆에서 제발 그만하라며 울먹거린다. 그래서 대화를 끊고 삼성 페이에서 이리저리 만져봤다. 결론은 그거였다. 아이 보육료가 45만 원이 훨씬 넘는데 롯데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한 금액인데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이력으로 앱에서 잘못 떠 있었던 거였다.
매달 비슷하게 50만 원씩 빠져나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보육료였다니. 그걸 남편에게 말해주고 초저녁 언성 높이는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누군가랑 감정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서 그런지 쉽사리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불 꺼진 방 안에서 핑크퐁 자장가를 틀어놓고 찡의 등을 긁어주며 생각에 잠겼다. 계기는 앱 오류로 인한 말다툼이었지만 뚱딴지 같이 다른 곳에 상처가 난 모양이다. 평소에 어떤 사람으로 남편에게 인식되기에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가. 생각에 잠긴다. 그때 방문을 열고 남편이 안방에 들어오다가 또 아이보다 먼저 잠든 거냐고 말하며 뒤돌아 나갔다. 나 안자는데?라고 말하니 대답도 없이 다른 방으로 가버린다.
잠들지 않는 아이는 뒷전이고 그때부터 생각해봤다. 무신경한 와이프, 아이보다 먼저 잠드는 임산부. 최근에 나는 남편에게 그런 여자로 이미 낙인찍힌 거 같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것도 잠도 안 자고 그런 걸 하냐고 또 한마디 듣는다. 아마 지금 아몰랑 일긴지 뭐시깽인지를 쓴다고 시간 대비 돈 안 되는 일을 한다며 생각하겠지? 그가 말하는 시간이란 아마 최저시급보다 더 센 뭔가를 말하는 거겠지?
예전 같으면 뭐라고 말했을 텐데 할 말이 없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일기라도 쓰면 뭐가 되나. 그냥 여자는 애나 키우고 살림이나 잘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이런 말 하면 남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자분들은 잘 들으시길.
생각보다 당신이 아낀다고 고군분투해도 잘 모릅니다.
그냥 쓰세요. 남편 돈. 선물 같은 것도 뭐 아낀다고 그러지 말고 팍팍 요구하시고, 어디 놀러 가는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자고 하세요. 아끼는 거 하나도 티 안 납니다. 오히려 그 일로 인해 집안일이나 육아일이 흐트러지는걸 더 싫어할 겁니다. 그러니 그냥 쓰세요.
이런 충고 듣고 싶지 않다면 애초부터 가정부를 쓸 재력을 가지면 된다. 남자 쪽이나 여자 쪽이 부자일 때 말이다. 아무튼 이 일기도 감정적으로 써버렸네. 근데 이 앞전 일기는 이것보다 더 감정적이었다. 올리려다가 제정신 아닌 거 같아서 지웠는데 이 일기도 뭔가 편파적인 거 같네. 사실 이 정도 길이의 글을 정독할 만한 위인은 절친 이웃이거나 정말 우연히 킬링타임으로 글을 보는 스티미언이 아니라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박터지는 하루네.
사실 오늘 어둠 속에서 혼자 생각한 건 이것이었다. 회사 빼고 나면 내 능력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얼마인가 생각해본 건데 0원이었다. 아니지. 아몰랑 일기도 돈 버는 거잖아? 4만 원이다. 보통 4~5년전 이었다면 이쯤에서 이제 눈물 한 바가지 쏟아지면서 나란 여자는 왜 이따위로 한심한가 생각할 텐데 이미 그런 찌질 레벨을 넘어버렸다.
자고로 아줌마란 그래서 엄청난 괴물이다. 뻔뻔함은 육아로 단련되었고, 이기적인 건 억척스럽게 살아와서 몸에 베였다. 누가 잘못을 지적해도 진심으로 뉘우치기 힘든 그런 고래심줄까지 탑재되어 버렸다. 그 고래심줄은 나이 50줄 넘어가면 완전 고철처럼 내 몸에 박혀버린다. 그래도 너무나 오랜만에 스마트폰도 내팽개치고 천장만 바라봤다. 거참. 30년을 살아도 또 뭔가를 배워야 하다니.
육아와 결혼은 시작이라니. 참. 인생 길다던데. 아직 터널 초입인가 보다.
정말 오랜만에 네이버에 10년 전 자주 검색하던 단어를 검색했다. 뭐 아직도 그런 게 있겠나 싶었는데 아직도 다들 열심히 사네. 질 수 없지. 뭔가 해야겠다.
글 쓴걸 다시 읽어보니 또 남편이 돌 맞기 좋게 적었다. 그러나 그것도 알아두시길. 나도 보통 성격의 여성은 아니란 걸. 우리 둘은 그날 싸우면 그날 푼다. 이렇게 찡여사네 가정은 유지되고 있다.
아몰랑
애고 두분 다 속상하셨겠네요... 힘내세요!
제가 제일 속상했어요ㅋㅋㅋㅋㅋ
엄한 오류 하나가 연못에 돌을 던지는.. -.- 바로 푸셨다니 그래도 성격 시원시원한 팀이시네요.ㅎㅎ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제가 돈 관리를 하다보니 와잎느님이 아끼는 게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가끔은 신기할 정도로 지출을 줄이는 마법도 시전하더라는. -0-
멋지네요. 하지만 저는 통장을 남편에게 맡길 위인은 아니라서ㅋㅋㅋ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새로운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도리안 그레이
영화 제목... 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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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아몰랑 일기도 벌써 238번째라니... 찡여사 대단하오. 언젠가는 찡이 커서 이 일기들을 읽게 되겠지 ^^
리스팀 하셨던데 다른 사람들과 리스팀하는 안목이 다르십니다ㅋㅋㅋㅋ어떻게 또 한풀이 글인거 알고 이걸 퍼갔어ㅋㅋ
정독했어요
찡여사님 제목이 자극적이여서 읽다 보니 정독해서
여기까지 오고 둘중에 어디일까?
절친이웃일까? 아니면 킬링타임??
찡여사님 삶에 이야기를 즐기는 절친으로 가는 사람,,
내가 절친이라고 해도 인정 안할듯..
이 이야기가 중요한게 아니고요~~
그날 싸우면 그날 푼다고 하니 좋습니다.
찡여사님 매일매일 이렇게 쓴 일기가 나중에
찡여사님께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 줄겁니다.
찡여사네 항상 축복합니다. ^^
제목이 자극적인거 어떻게 눈치채셨지ㅋㅋㅋㅋㅋ
매번 어떻게 제목을 정하나 즐겁습니다
카카님 덕에 일기쓸 힘이 납니다^^
정독하지롱!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싸우지 마요~ ㅠㅠ 임산부 화이팅~!
싸우고 정드는법 호호호 😂
꽁 한것보다 바로바로 풀어버려야 정신건강에 좋지 ㅎㅎ
일기라는게 ㅎㅎ 내 생각 풀어논거니까 ㅋㅋ 남편이 돌 맞을수도 있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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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때릴껄ㅋㅋ돌맹이질ㅋㅋ
임산부는 원래 잠이 많아지는데ㅠㅠ 남편분 너무하세요!! 찡여사님이 아이보다 멈저 잠들면 남편분이 아이 재우면 되지!!
훌훌 털어버리고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와서 좀 때려주십시오ㅋㅋㅋ
스팀잇에 글쓰는건 돈벌기보다는 자기 만족에 가깝지요. 그래도 적어도 페북이나 인스타보다는 많이 벌죠! (거긴 대부분의 유저의 경우 0이니까)
과자값 번다고 생각하고 있싸옵니다
나 고래심줄 나이인가? 그론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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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고래심줄ㅋㅋ
그래서 나 성질 무지 질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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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놈의 돈이 문제네요.. ㅠㅠ
삼성페이가 저한테 사과해야 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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