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씀

in #ssm6 years ago

지난 주말, 정준일 콘서트에 다녀왔다. 콘서트 중에 정준일이 음악인의 길을 가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시 20살이었던 정준일에게는 유희열의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닐 만큼 유희열의 열성팬이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얼마 후, 그 사람에 관한 멜로디와 가사를 지어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 출전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 대회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유희열이었다.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됐고, 대회가 끝난 뒤 가사의 주인공인 전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네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
그 말 이후 차갑고 건조하기 그지없는 축하의 말이 있었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이별 전과 후는 같은 사람이어도 다른 사람이 되잖아요. 다들 아시죠…?’라며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그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너 그거 계속해도 돼’ 라는 허락을 들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2004년도의 그 허락을 시작으로 2017년 12월 겨울의 콘서트까지 13년의 음악 인생이 있었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나에게도 분명 ‘너 그거 계속해도 돼’ 하는 허락을 들은 순간이 있다. 2015년 겨울, 씀을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에 처음 올려둔지 한 달여 만에 만 명의 가입자가 생겼을 때였다. 그때 만여 명에게 들었던 ‘너 그거 계속해도 돼’ 하는 허락은 분명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처음엔 일단 한 번만 허락받으면 그 뒤엔 어떻게든 되겠지 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의 시간이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은 그런 식의 허락을 받는 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정준일을 보며 나의 십 년 후가 궁금해졌다. 그때의 내가 어떤 모습이건 간에,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그 십여 년의 시작이 ‘너 그거 계속해도 돼’ 하는 허락을 처음으로 들었던 순간에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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