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릿 : Activating Evolution] 04. 신을 넘어서 가라

in #stimcit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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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 인류 진화의 키



전자계산기에서 시작된 가상의 세계는 그것이 텍스트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명령어를 입력하여 작용하는 Dos와 같은 초기의 시스템은 돌도끼 마냥 인간의 작업을 도와주는 충실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컴퓨터에 GUI (Graphical User Interface)가 채택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텍스트에 국한되어 있던 가상의 세계가 3차원 이미지의 리얼월드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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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Dos 시절, 아직까지는..



현재에도 컴퓨팅 시스템의 기본인 이 GUI 인터페이스는 문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현실과 유사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해 주었습니다.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과 커서로부터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초고화질 그래픽까지 말입니다. 물론 시작은 모든 문명기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군사적인 목적으로부터 입니다. GUI의 기원은 1958년 미 공군에서 개발한 NORAD의 SAGE라는 시스템으로, 레이더 위에 뜨는 영상을 라이트펜으로 찍으면 이게 아군기인지 적군기인지 구분해 주는 형태의 기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형태의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킨 이가 그 유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습니다. 진정 스티브 잡스는 인류 진화의 키를 쥐고 있었던 걸까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라면 편지를 주고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좀 더 빠르고 간편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가상의 현실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3차원 이미지의 세계를 살고 있고 가상이라도 현실적이려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 구현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구현한 것입니다. 이미지로 표현되어지는 가상의 시스템 말이죠. 가상의 세계에 이미지가 구현되었다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열린 것과 같은 것입니다. 보이는 세계, 게다가 물리적 장벽이 없는,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는 가상의 이미지 세계. 이것은 새로운 천지창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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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눈이 밝아져 신과 같이 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신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되리니’

_ 창세기 3장 5절



그것은 선악과였을까요? 가상의 세계에 이미지를 구현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사과가 아니라 선악과였을까요? 보이는 것과 같은 보이는 세계. 0과 1의 디지털 연산에 따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 보지 못하던 이들의 눈이 밝아지듯 가상세계 속 인류의 눈을 밝게 해준 이 Graphical User Interface는, 그러나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인류에게 무한한 확장과 자유로운 상상의 대가로 몸을 요구했습니다. 모니터 밖 감각의 제국으로부터 인식을 탈취하여 이미지로 구현되는 무한한 세계를 제공하는 대신, 물성의 감각을 인류에게서 제거해 낸 것입니다. 인류의 영혼에게 몸을 요구한 것입니다.



목소리를 잃은 대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에게는 연모하는 왕자님이 있었지만, 물성의 감각을 제공하고 가짜 현실을 얻은 인간은 무엇을 얻었을까요? 감각의 경험을 포기한 대가는 역시 물거품뿐일지도 모릅니다.



결과는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시각각 목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코 박고 앞도 보지 않고 걸어가고 있는 스몸비들,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가상의 세계에서 세계대전을 치르느라 몸의 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게임 폐인들, SNS상의 수많은 다중인격들을 관리하느라 현실감각을 상실해가고 있는 수많은 인싸, 셀럽 지망생들.. GUI의 허상뿐인 이미지를 얻기 위해 우리는 신체를 포기해 가고 있습니다. 유한한 시간을 이미지뿐인 무한에 빠져 허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인류가 직면해야 할 진화의 국면인 것입니다. 신의 자리에 오른 피조물 인간이 새로운 천지창조를 완성하기 위하여 거쳐야 할 매우 어려운 시험의 국면인 것입니다. 이것은 정작 56세의 나이에 췌장암으로 육신을 떠난 구도자 스티브 잡스에게도 어려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God gave us the senses to let us feel the love in everyone’s heart, not the illusions brought about by wealth.’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각(senses)을 선사하였다.

_ 스티브 잡스의 유언이라고 알려진 글 중에서. (정작 널리 퍼진 이 유언의 진위여부 조차 가상이라고 합니다)



구도자 스티브 잡스는 용기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용기는 인류를 3차원 감각의 제국을 넘어 4차원 무한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 과정에서 자칫 감각의 경험을 잃을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바람직한 진화의 방향일까요? 구도자 스티브 잡스에게도 감각의 실종에 관한 본능적인 위기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는 이미지로 구현된 모니터 속 가상현실을 탐닉할지언정 몸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멀티터치’ 말입니다. 누르고 쓸어내리고 오므리고 펴고.. 비록 손가락의 끝만의 감각일지언정 인류에게 몸의 감각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마지막 안전장치를 달아 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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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넘어서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사고, 몇 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연습한 끝에 정성껏 손글씨로 써 내려간 편지에 풀을 붙여 봉투를 닫고, 침을 묻혀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까지 걸어가면서 느껴지는 총체적인 감각의 경험 대신, 우리는 ‘ㅋㅋ’와 ‘ㅎㅎ’, ‘ㅠㅠ‘와 ‘넵~‘ 으로 모든 감정과 경험을 퉁 치고 있습니다. 간편하지만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 소통에 아쉬워하며,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도리어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임플란트 마냥 이미 자리를 잡아 버린 이 가상의 세계에서 인류는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열어제낀 우주의 포탈은 우리를 4차원 무한의 세계로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입니다. 몸을 가진 인류입니다. 눈이 밝아져 신과 같이 되었다한들, 신들은 가지지 못한 육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월적 존재들은 경험할 수 없는 육체의 감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간 경험의 정수인 이 육체의 감각을 포기할 겁니까?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여 만나게 된 운명의 연인과 마주 앉아 놓구선, 그, 그녀의 손길을 느끼기는커녕, 두 손 가득 휴대폰만 붙들고 앉아 모니터 속 가상 연인들의 스캔들만 들여다보고 있을 겁니까?



3차원 감각의 제국과 4차원 무한 우주의 경계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4차원 신들의 세계는 우리에게 몸을 내놓으라 하고 있으나, 우리는 3차원 인류의 몸을 가지고 4차원 무한의 세계에 진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신을 넘어서 가야 합니다. 신들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합니다. 감각을 포기하지 않은 채로.



리플릿, 그것을 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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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릿 : Activating Evolution]

01. Genesis

02. 감각의 제국

03. 사람은 무엇을 사는가?



*리플릿의 첫번째 도전, <구해줘 미니홈즈> 텀블벅 펀딩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