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 장 호 수 」
| 가을이 머무는 곳 |
짧디 짧았던 이번 가을. 제대로 된 단풍 놀이 한 번 하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나 싶었는데 기회가 생겨 마장호수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마장호수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저수지였다가 지금은 다양한 트래킹 코스와 체험활동, 출렁다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제법 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 마장호수 근처의 주차장에 멈췄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계단 오르기. 족히 100여개는 되어보이는 계단들을 한 발짝 한 발짝 올랐습니다. 함께 간 지인들 중에는 이미 여기에서 헥헥 거릴만큼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저도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꽤 높지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 보는 풍경은 제법 아름다웠습니다. 하루 종일 마주본 콘크리트 벽이 잊혀질만큼 자연의 푸르름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또 다른 푸르름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저수지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 멀리 땅과 땅 사이에 걸쳐져 있는 출렁다리도 보입니다. 겁많은 지인 한 분은 저 다리를 건너지 않고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없나 이리 저리 길을 찾기도 했습니다.
마장 호수의 둘레길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데크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책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휠체어를 끌고 가는 가족도 만났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분들도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훼손되어 깊이 파이거나 부러진 나무 바닥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살짝 튀어나온 나무 바닥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습니다.
그런 부분들만 조심한다면 마장호수에서의 산책은 꽤 멋진 일입니다. 기분 좋은 흙길과 나무 데크가 번갈아 나오고, 양 옆으로는 알록달록한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길 옆에 호수가 바로 붙어있는 곳도 있는데 사진과 달리 직접 볼 때는 제법 물이 맑아보였습니다.
실제로는 내 팔 하나 길이보다 길 것 같았던 물고기. 두께로 치면 성인 여자 허벅지정도는 될 듯. 아쉽게도 어떤 물고기인지 이름은 모르겠다.
찰랑찰랑 호수의 물에 파동이 이는 것을 보니 국어 시간에 배웠던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은유법이니 직유법이니 구분하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교과서 속 시들이 이제 와서 보면 하나 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작품들입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
그대 저 문을 닫어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 ‘내 마음은 호수요’ (김동명) 중에서 발췌.
한 발짝 한 발짝 가을을 느끼며 걸을 때마다 마장호수의 하이라이트, 출렁다리도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아까는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보였던 다리가 눈 앞에 또렷이 나타났습니다. 호수면 위로 한참 떨어진 공중에 매달려 있는 다리는 겁 많은 저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둘레 길 끝의 높은 계단을 또 한 번 올라 겨우 출렁다리의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올라와서 보니 더 무섭게 느껴지더라구요. 누가 봐도 튼튼하게 지어진 다리였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다리에서는 삐걱삐걱 소리가 났습니다.
마장호수의 출렁다리는 중간까지는 양옆은 나무바닥, 가운데는 창살 바닥으로 되어 있고, 중반 이후부터는 한 쪽이 불투명한 유리 바닥입니다. 손잡이 겸 울타리가 양 옆으로 있기는 하지만 핸드폰과 같이 작은 물건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구멍들이 있습니다. 저는 손이 야무진 편이 아니라 출렁다리를 건너는 동안만큼은 휴대폰을 가방 속에 넣고 걸어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진동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다리 가운데로 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졌습니다.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그 중에 일부러 다리가 흔들리도록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무섭다기보다 멀미가 날 것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얼른 다리를 벗어났습니다.
반대편에 도착!
지인 중 한 명에게 붙잡혀 억지로 출렁다리 인증사진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있었던 마장호수의 쉼터.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니 긴장감이 풀려서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잘 보였습니다. 특히 호수에 비친 산의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눈으로 봤을 때만큼이나 사진에서도 반영이 잘 나와서 괜히 흐뭇합니다. 아무래도 햇살이 좋았던 덕분인 것 같아요. :-)
평화로운 호숫가, 노니는 오리들. 가족처럼 보이는 4마리의 오리들이 함께 물 위를 동동.
사이 사이의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며 가을의 정취를 더했습니다. 이렇게 흙길을 밟는 건 남산을 다녀온 뒤 처음이네요. 그 때는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가을만 남은 느낌입니다.
해가 지니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날씨. 겨울이 벌써 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을 조금 더 음미할 수 있도록 겨울이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좋겠네요. 다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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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도 멋지지만 출렁다리도 엄청나네요. ^^
맞아요!! 출렁다리가 이곳의 명물인 것 같았습니다.^^
호수에 비친 산의 모습이 너무 예쁘네요. 제목 처럼 가을이 머무르는 곳인것 같습니다~^^ 멋진 마장 호수의 가능 잘보았습니다
서울 근교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군요.
출렁다리는 불투명보단 투명이 더 스릴 있는데 ㅎㅎㅎ
저는 그랬다면... 건너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ㅠㅠ
그래도 풍경은 정말 멋졌습니다 ;)
마장호수 출렁다리 생기기전에는 가끔 갔었는데 출렁다리생기고 한번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ㅎ
요즘도 사람들이 많나요??
수변데크가 참 좋죠^^
저는 처음 가봤는데 평일 오후였는데도 꽤 사람이 많았습니다. :) 데크가 참 좋기도 했고, 수시로 보수 공사를 하는 것 같아서 유지보수가 잘 되고 있구나 싶었어요.^^
마장호수라.. 가을을 만끽하셨네요!
사진이 눈부셔서 덕분에 잠깐 가을을 훔쳐 느꼈습니다 ‘ㅁ’ㅎ
마음껏 훔쳐가세요!! 가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에요- 겨울이 조금 천천히 왔으면..
출렁다리 재밌어 보여요.
그나저나 리프트도 잘 못타시지 않으셨어요? 공포스러우셨겠...;
반영 사진들 엄청 이쁘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
하핫 기억하시는군요 ㅋㅋㅋ 사실 막 뛰어다니는 아이랑 일부러 다리 흔드는 아저씨한테 화내고 싶었는데 꾹꾹 참고 건넜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풍경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었습니다!!
우와... 저수지에 산책길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출렁다리가 나타나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ㅎㅎㅎ 너무 멋져요... 겨울에도 얼어붙은 표면과 함께 엄청 멋진 경관을 보일 듯 해요!
출렁다리... 무서웠지만 풍경은 참 멋졌어요. 르바님 말씀 듣고 보니 겨울에 정말 멋지겠네요!!
Strong. So ama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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