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서랍정리를 했다.
처음엔 화장대 서랍을 털어내면서 못 쓰는 화장용 소품과
오래된 메니큐어나 얼마 남지 않은 립스틱 같은 잡살뱅이들을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초가을엔 날씨가 쌀쌀하더니 늦더위가 늦장마와 짝을 이루는 바람에
여름옷과 가을옷이 한 번에 뒤섞여 있는게 거슬렸다. 손 댄김에 이번엔
서랍장을 빼고 정리를 시작했다.
먼지를 털겸 서랍에 든 옷을 몽땅 들어내자 밑바닥에 조그만 동전지갑이
나온다. 금방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찍힌 지갑을 열자 빨간 공단으로 씌운
케이스가 숨어있었다.
케이스를 여는 손이 떨리고 심장 소리가 쿵쿵거리며 요동을 친다.
당연히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며
막내 동생 몫으로 맡겨두신 금목걸이였다.
몇 해를 두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남편은 바닥이 난 지갑을 큰 소리로
채웠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나 찾아 쓰면서 결혼 예물은 물론 보험도
모두 해약을 했다. 그러고도 메우지 못하는 살림은 카드사가 돌아가며
해주었다.
공과금 체납이 일상이 되고 건강보험료 독촉장이 날아오는 것은 겨우겨우
메우며 살았지만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는 자동차의 번호판영치 통보에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는데 머릿속이 환해졌다.
엄마의 유언 같은 목걸이를 들고 금방으로 달리며 올 해 안에 훨씬 더
좋은 걸로 꼭 다시 채워놓을 거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던 일이 떠오른다.
수 십년을 지나도록 아직 채워지지 않는 빈 케이스에서 엄마 얼굴이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목걸이처럼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이미지: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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