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를 찬미하라 종간나 종간나.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는 흥미로운 두 명의 예언자가 등장한다. 그리스의 예언자 칼카스, 그리고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 둘 다 예언의 신 아폴론의 은사를 받아 예언의 재능을 얻은 사람들이다. 먼저 그리스의 칼카스는 아폴론의 사제 테스토르의 아들이었는데 하늘을 나는 새의 모양을 보고 미래를 알아맞히기로 유명했다. 그는 사실상 트로이 전쟁의 키잡이같은 예언을 많이 했다.
“아킬레우스가 없이는 트로이를 멸망시킬 수 없다.”고 예언하여 꾀돌이 오딧세우스로 하여금 방물장수로 변장해 공주들 틈에 여장을 하고 숨어 있던 아킬레우스 (변장치고는 참)를 끌어내게 만든 장본인이고, 트로이 전쟁이 10년을 갈 것이라고 예측했고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을 산 아가멤논이 그 딸을 희생시켜야 원정이 가능할 것이라 예언해 아가멤논으로 하여금 자신의 딸을 화형대에 올리게 만들었다. 아가멤논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많았던 바, 그 정도의 결기를 보여주지 않고는 총사령관 노릇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창 전쟁 중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의 사제의 딸 크리세이스를 포로로 하자 아폴론 신이 그리스 진영에 분노의 화살을 쏘았고 역병이 돌기 시작한다. 이 사태에 대해 칼카스의 예언은 간단했다. “크리세이스를 돌려 주고 소 백 마리도 보내시오.” 하지만 아가멤논은 펄펄 뛰었다. 이때 아킬레우스 등이 가서 당신 동생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고 당신 형제들 봐서 여기 있는 건데 여자 하나로 이러면 안되잖소 하니 아가멤논은 오기를 부린다. “크리세이스는 돌려보낼 테니 아킬레우스 당신이 가진 브리세이스를 날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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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로 아킬레우스가 한동안 전쟁에서 빠지자 트로이군은 맹공을 퍼부었고 그리스군은 그들이 타고 왔던 함대까지 밀린다. 그 본진(本陣)을 지키고 있던 것이 칼카스였다. 일리아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는 오딧세우스나 네스토르를 찾아가 악을 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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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들 하는 건데. 내가 예언을 해야 알아? 내가 갈매기 똥구멍이나 보고 앉아 있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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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카스 예언의 특징은 들을 때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거의 정확했고 처음에는 부정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수긍하게 된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말의 무게가 있고 신뢰도가 높았다. 그는 “나보다 뛰어난 예언자가 나타난다면 죽으리라.”고 공언했고 그게 현실이 되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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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예언자가 트로이의 공주 캇산드라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대충은 이렇다. 신 중에서도 으뜸 가는 미남 아폴론을 매혹시켰던 미모의 캇산드라는 자신에게 홀딱 넘어간 아폴론이 예언의 신임을 기화로 예언 능력을 주면 사랑을 받아 주겠다고 속삭여서 그 능력을 받아내지만 그 다음 입을 씻는다. 이에 분노한 아폴론이 일단 준 예언 능력을 뻬앗지는 못하고 (신들의 세계에서도 줬다 뺏는 건 금물) 대신 예언의 설득력을 가져가 버렸다. 즉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질 않는 것이다.
웹툰 <카산드라> 중
“파리스 데리고 오면 안돼요. 걔 때문에 트로이가 망한다고요.”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됐거든.”을 읊조릴 뿐이었다.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꼬셔 왔을 때 “돌려보내면 전쟁은 면할 수 있어요.”라고 간절히 말했으나 누구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리스군이 철수한 척 하며 목마를 남겨 뒀을 때 “그 목마는 제발 들이지 마세요.”라고 절규했지만 트로이 사람들은 성문을 헐어가며 목마를 성 안으로 옮겼다. 전쟁이 끝나고 아가멤논의 포로가 돼서 그리스에 끌려갈 때 이미 바람난 아가멤논의 아내와 그 정부 손에 자신도 아가멤논도 죽을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 들을 건데 뭐.” 그리고 참혹하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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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트로이 전쟁으로부터 수천년이 흐른 지금, 또 한 명의 위대한 예언자 캐릭터가 탄생했음을 우리는 안다. 한국식 이름은 이정재. 로마식 이름은 재수바리우스 코미디우스 정재리우스. 이 예언자의 특출함은 그 역설에 있다. 그의 예언을 반대로만 들으면 칼카스 따위는 비교가 안되는 정확도를 자랑하는 것이다.
저 유명한 “한 달 후 대한민국”이라는 예언에서 북한의 위협에 속수무책이 된 문재인 대통령을 예언하였으나 그 1년 후 거대하게 망가져 그 예언소가 한국인의 메카가 되었음을 우리는 익히 알거니와 이번에는 “달러의 방주”라는 예언을 하여 달러의 방주에 올라타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한 직후에 한미 통화 스워프가 발표됐으니 칼카스가 두 번 죽을 일이 아니겠는가. 캇산드라 역시 예언은 정확했으나 사람들이 그 말을 들어 주지 않는 불행을 지녔지만 정재리우스는 그 예언이 빗나갈 때 사람들을 기뻐 날뛰게 하는 축복을 받았으니 이 어찌 아폴론의 축복이 아닐 것인가.
무릇 사람들은 이정재리우스의 신묘함을 보고 그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폴론이 히아킨토스를 데리고 다닌 것을 이유로 아폴론 신의 취향이 이쪽이었나 의심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이정재리우스 가문에 예언의 피가 흐른다고 쑥덕거리기도 한다. 같은 가문은 아니나 이름은 같은 또 다른 이정재리우스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호령하던 장면을 빗대 “내 예언이 맞지 않았는가?”라고 그의 예언소인 종양일보리움에서 포효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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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론이 참이든 거짓이든 진실은 하나다. 우리 시대에도 위대한 예언자가 탄생하셨음이다. 경배하고 찬미하자. 그가 서쪽으로 가라하면 동으로 가고 그가 큰일 났다고 하면 큰 술잔을 준비하며 그가 슬프다 하면 허리띠를 풀고 잔치할 준비를 하자. 오 이정재리우스여 우리를 이끄소서. 아니 이끌지는 말고 방향만 가리키소서. 우리는 그 반대로 뛰면 되나이다. 아폴론 신을 찬미하라. 대한민국을 어엿비너겨 예언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그 말과 반대로 하면 영생을 얻으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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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가시나무 가지들고 외치자. 종간나 종간나. 종려나무 가지들고 호산나 외친 이스라엘 아이들처럼.... 종간나는 고대 트로이 말로 예언자를 찬미한다는 뜻이다